대구 지하철참사 어머니 여읜 영천 3남매
"엄마, 아빠를 보고 싶을 때가 있지만 이제는
울지 않을래요. 하늘에 계시는 우리 엄마, 아빠가 저희를 지켜 주세요".
2003년 2월 일어난 대구지하철참사가 2주기를 맞은 가운데 사고 당시 세인의 눈
물샘을 자극했던 세남매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꿋꿋이 살아가고 있다.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불길 속에 희생된 박정순(당시 32세)씨의 3남매 엄수미(
10.초교 3년)양과 난영(8)양, 동규(6)군은 할머니의 자상한 보살핌 속에 여느 어린
이와 다름없이 잘 자라고 있다.
이들의 어머니 박씨는 2002년 1월 남편이 병사한 뒤 고등학교 급식요원으로 일
하며 세남매를 키우다 정식 영양사가 되려 경북 영천에서 대구시내 학원까지 통학하
다 참변을 당했다.
3남매의 이야기는 어린 세 어린이가 졸지에 고아가 된데다 남편을 여읜 여성이
자식들을 부양하려다 비극을 당해 당시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참사후 2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세 어린이는 아픔을 어느정도 극복하고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남매의 보호자인 할머니 황모(63)씨는 "맏이와 둘째는 학교를 다니며 선생님과
친구들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막내 동규도 지난해 유치원에 들어가 제 또래들과 어울리며 예전의 까
부는 성격을 되찾았다"고 안도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면 가끔 '엄마, 아빠가 우리랑 안살아 재미없다'
고 묻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다음달 초등학교 4학년에 진학하는 수미는 "엄마, 아빠는 착한 일을 많이 하셔
하늘나라에 가셨어요"라며 "두 분이 천국에서 만나셨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둘째 난영이는 지난해 학교에 처음 갈때는 책가방이랑 학용품을 제대로 준비하
지 못해 허둥댔으나 1년이 지나면서 꽤 익숙해진 모습이다.
할머니 황씨는 "어미가 있으면 (애들) 학교가는 것도 알뜰히 살펴 줄텐데 늙은
이가 제대로 뒷바라지 하는건지…"며 말끝을 흐렸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사고 당시 야단법석이던 각계각층의 관심도 떨어졌다.
황씨는 "사고났을 때 신문, 방송을 타면서 여기저기서 위문을 오겠다, 아이들을
돌봐 주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중단됐다"며 "세상 인심이 으레 그런거니 원망하지 않
는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제 다 잊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를 제발 내버려 달라"며 언론의 지나
친 관심을 부담스러워 하며 사진촬영 등 취재를 극구 사양했다.
3남매는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얼굴에 미소를 되찾고 구김살 없이
자라고 있다.
난영이는 "언니랑 같은 학교에 다니니까 같이 손잡고 가서 참 좋다"면서 "운동
장에서 친구들과 놀고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수미는 "할머니와 제가 동생들을 잘 돌봐주고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돼 다른 사
람들을 돕고 싶어요"라고 언니답게 제법 의젓이 말했다.
정기적으로 이들 남매를 찾는 공무원 손모(39.여)씨는 "수미는 학교에서 반장에
뽑히는 등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들과 할머니가 모두 건강
하고 별탈없이 지낸다"고 전했다.
사고후 지방의원과 초등학교장, 경찰 지구대장, 면장 등 면내 유지들로 구성된
3남매 후원회가 보상금을 관리하는 등 세심하게 보살펴 주고 있다.
후원회 관계자는 "3남매가 별탈없이 잘 자라도록 마을 전체가 마음을 쏟고 있다
"며 "이같은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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