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엄단 나섰지만 실효성 미지수
회사원 김모(37·달서구 상인동)씨는 스팸전화 때문에 두통이 생길 지경이다. '축하합니다. GPS 단말기를 받을 수 있는 고객으로 당첨됐습니다', '부동산에 관심있습니까', '외로운 밤, 함께 보내실래요' 등등.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광고전화가 최근 일주일새 10여통에 이른다. "요즘엔 두세번 벨이 울린 뒤에 저절로 끊어지는 스팸까지 나왔습니다. 060 번호가 아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면 광고이거나 착신금지였습니다."
공무원 장모(40·북구 침산동)씨는 운전 중에 걸려온 스팸전화 때문에 차를 세워두고 한바탕 싸움까지 벌였다. 하루에도 서너통씩 걸려오는 바람에 너무하다 싶어 항의했더니 '싫으면 끊을 것이지 왜 화를 내느냐'며 되레 큰소리를 쳐 혈압이 올랐다.
정모(45·대구 수성구 지산동)씨는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데 휴대폰 번호가 찍힌 전화가 걸려와 받았더니 음란폰팅 광고전화였다"며 "소리가 커서 자녀들도 들었는데 괜시리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했다. 주부 조모(38·동구 불로동)씨는 "한번은 초등학생 딸이 '엄마, 이상한 전화가 왔어'라며 휴대폰을 건네길래 들어봤더니 음란전화였다"며 "도를 넘어선 것 같다"고 했다.
060이 찍힌 전화번호에 이어 최근엔 서울, 부산 등 다른 일반번호, 휴대폰 번호, 심지어 발신제한표시 번호까지 등장해 이용자들을 골탕 먹이고 있다. 회사원 안모(43·수성구 시지동)씨는 "060이 찍히면 아예 받지 않았는데 요즘엔 휴대폰 번호나 서울지역번호가 찍힌 스팸까지 걸려온다"며 "특히 서너번 벨이 울린 뒤에 끊기는 전화의 경우 스팸일 가능성이 높지만 행여 업무와 관련된 전화일 수도 있어 확인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각종 스팸전화가 기승을 부리자 정부가 '스팸전화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정보통신부는 이달부터 060 업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다음달까지 200개 업체를 단속, 1천만~3천만 원 상당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정도가 심할 경우 형사처벌하기로 했다.
이 단속은 수신 거부시에도 계속 광고를 보내는 경우만 불법인데다 신고자가 녹취, 사진 등 증거물을 확보, 제시해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롭고, 불법 여부도 입증해야 돼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다음달 31일부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 발효됨에 따라 신고만 하면 즉시 통신업체를 통해 전화사실을 확인한 뒤 발송업체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스팸전화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스팸전화는 계속 늘고 있고,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지난해 휴대전화 스팸광고 신고 건수는 21만9천684건으로 2003년 3만6천813건에 비해 7배 정도 증가, 급속도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석달간 이동통신사에 신청된 휴대전화 스팸광고 수신거부 건수는 65만건에 달한다. 그나마 060의 경우 수신거부 신청이라도 가능하지만 지역번호나 휴대폰 번호로 스팸이 걸려올 경우엔 일일이 수신거부하기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증거 확보를 통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한 사례는 2건에 불과했고, 경찰에 수사의뢰한 경우도 스팸메일과 합쳐 4천368건에 그쳐 단속을 강화해도 스팸전화를 근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단 정부는 스팸광고의 95%에 달하는 음란성 광고에 대해서는 최대한 무거운 처벌을 내려 뿌리뽑겠다는 방침이다. 정보통신부 정보이용보호과 관계자는 "현재 전국 2천여개의 060 업체 중 음란성 폰팅 등 불법 광고를 하고 있는 곳은 전체의 40% 정도인 800곳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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