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한 삶에서 '세기의 연인들'의 사랑은 솔향기처럼 신선한 감동으로 와닿는다. 미국의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는 한때 아내였던 마릴린 먼로가 죽은 후에도 20년간 무덤에 꽃을 바쳤고, 할리우드의 모범적 부부인 폴 뉴먼과 조앤 우드워드는 칠순이 넘은 지금껏 변함없이 서로 사랑하며, 연전에 타계한 '슈퍼 맨' 크리스토퍼 리브와 전신마비가 된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며 용기를 북돋워준 아내 다나 리브간의 사랑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중 영국의 에드워드 8세와 심프슨 부인간의 사랑은 '세기의 사랑'으로 첫손꼽힐만 하다. 미인은 아니었지만 지성미와 세련된 매너를 갖춘 미국인 기혼녀와 사랑에 빠졌던 왕세자. 1936년 왕좌에 오른 에드워드 8세는 그녀와의 결혼을 서둘렀으나 이혼녀가 왕비가 되는 것을 금한 국법이 장벽이 됐다. 즉위 1년만에 선택의 기로에 선 왕은 결국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이 없는 한 영국 국왕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라는 연설을 끝으로 왕위를 버렸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56)가 마침내 연인 카밀라 파커볼스(58)와 오는 4월 결혼한다. 미혼시절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지 35년만이다. 70년전 에드워드 8세는 이혼녀와의 결혼을 위해 왕위를 내어놓았지만 찰스 왕세자는 자신의 오랜 사랑을 어떻게든 아름다운 결실로 마무리하기로 단단히 결심한 모양이다. 영국국교회(성공회)의 수장(국왕)은 최고의 도덕성을 지닌 인물이어야 한다는 국법이 여전히 높은 장벽이 되고는 있지만.
○…이 두사람의 결혼소식을 듣자 불현듯 비운의 주인공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를 떠올리게 된다. 유치원 교사에서 일약 영국 왕세자비가 되어 지구촌 사람들에게 신데렐라의 이미지로 다가왔던 그녀. '세기의 결혼식'에서 다이애나가 보여준 청순한 미소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찰스 왕세자의 재혼소식에 왠지 조금은 복잡한 심정이 될 것도 같다.
○…최근 영국내 한 여론조사에서는 재혼 찬성 32%, 반대 29%, 신경쓰지 않는다 38% 등으로 나타났으나 재혼 발표엔 반대 70%, 찬성 30%로 나타났다. 막상 재혼발표가 있자 영국 국민들도 착잡해지나 보다. 그러나 왕실이 이들의 결혼을 인정하고 있고, 왕세자의 두 아들도 아버지의 재혼을 지지하고 있다한다. 자기 어머니의 죽음에 가장 큰 원인이 됐던 여성과의 결합을 찬성한다니 동양적 사고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찰스와 카밀라의 결혼 왠지 이런저런 생각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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