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비는 농촌-(1)통계로 본 떠나는 경북

입력 2005-02-11 14:02:37

경북의 이농현상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 최고령 지역도,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시·군도 모두 경북에 있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며, 수십 년째 인구가 줄고 있다.

◇인구

7일 경북도가 발간한 통계연보(2003년까지 조사)에 따르면 경북 인구는 26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979년 498만 명을 기점으로 해마다 인구가 1만~2만 명씩 줄어 2003년엔 274만 명까지 추락한 것.농민 감소는 훨씬 더 심각하다. 2003년 55만9천684명으로 20년 만에 절반 밑으로 뚝 떨어졌다. 또 85년에는 경북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이 농민이었으나 지금은 10명 중 2명밖에 되지 않는다.

인구가 가장 적은 군은 울릉군으로 9천252명이며 전국 시·군 중에서도 인구가 가장 적다. 영양, 군위, 청송, 고령 등도 인구가 2만~3만 명에 불과하다.

20년 전만 해도 읍·면 인구는 대개 1만 명이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구가 2천 명도 안 되는 읍·면이 19개나 됐다. 특히 상주시 화남면 경우 인구가 고작 973명으로 도내 읍·면 중 인구가 가장 적다.

◇너도나도 떠난다.

'들어오는 사람'보다는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농사 지을 사람이 없어 농사를 포기하거나 자녀의 교육을 위해, 또 결혼과 직장을 구하러 너도나도 떠나고 있는 것이다.

2003년에만 17만여 명이 고향을 등지고 대구, 경기, 서울, 부산, 경남 등지로 떠났다.

◇고령화

인구 감소는 고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2003년 경북 전체 인구의 65세 이상 노인 비중은 12.3%로 전국 16개 시·도 중 3위를 기록했다. 노인 비중은 1980년 4.52%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전체의 20%를 초과하는 초고령화 시·군은 의성, 군위, 예천, 영양, 청도, 청송, 영덕, 봉화 등 모두 8곳이다. 나머지 시·군도 현 추세라면 4, 5년 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의성군 경우 전국 시·군 가운데 평균연령(45.6세)이 가장 높은 지역이며 군위군(45.1세)은 두 번째, 영양군(44.6세)은 다섯 번째로 높다.

인구 고령화는 결국 '농촌 고령화'로 나타나 농림부에 따르면 2003년 경북 전체 농가 인구 중 50세 이상 비중은 무려 62.1%. 특히 이 중 60세 이상의 노인 비중은 절반이나 됐다.

◇사망> 출생

지난 80년대만 해도 출생이 사망자 수를 크게 앞질렀지만 지금은 사망이 출생자들을 압도해버렸다.

출생이 200명 미만인 도내 3곳으로 가보자. 울릉군의 1983년 출생자는 413명으로 사망자 155명의 3배 가까이 됐다. 그러나 2003년 출생은 단 56명이다.

군위군 경우 83년만 해도 출생(1천580)이 사망(871명)의 배에 달했지만 2003년엔 사망(412명)이 출생(141명)을 압도했다. 영양군 역시 2003년 사망이 245명, 출생 123명을 역전시켰다.

시·군의 읍·면 중 출생이 채 10명도 안 되는 곳이 부지기수며 읍·면의 자연부락마다 아기 울음소리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째 끊긴 곳도 갈수록 늘고 있다.

◇학교

시·군 곳곳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끊기면서 학생이 줄고, 학교도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2003년 초·중·고교생은 52만7천1명. 도민 10명 중 2명도 안 된다. 20년 전에 비해선 절반으로 급감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문을 닫는 학교가 급증, 지난 15년 동안 259개교가 문을 닫았다.

◇경지면적

농사 지을 사람들이 없다면. 당연 땅도 놀릴 수밖에 없는 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경북은 농지가 15년 전보다 15.4% 줄어 전국 평균 12.4%를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쌀 생산량도 1986년 84만t에서 2003년 55만t으로 급감했다.

기획탐사팀=이종규기자 jongu@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사진: 경북 북부지역 등 농촌지역에서 구인난으로 경작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년간 일궈온 사과재배를 포기한 박경래(71·경북 의성군 상리)씨가 묘목을 잘라내고 있다. 박 할아버지는"매년 과수원 일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사과나무를 뽑아낸 2천여 평의 땅에 혼자 경작이 가능한 콩을 심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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