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말고 설만 같아라"

입력 2005-02-07 10:14:14

영천 5일장, 단대목에 모처럼 활기 띠는 재래시장

설날을 이틀 앞둔 7일 오전, 영천공설시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막바지 제수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나온 손님들과 대목을 보려는 장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마침 5일장이 서는 날인데다 설날을 코앞에 둔 단대목이어서 모처럼 밀려드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영남의 3대 재래시장 중 한 곳으로 불리는 영천장은 5일장의 풍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영천장은 예로부터 동해안지방의 차례상에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는 돔배기와 제수에 올릴 각종 과일, 여기다 시중에서는 구하기 힘든 산적꼬치막대 등 제수용품이 가득 차 명절을 앞두고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이날 오전 공설시장의 중앙통로를 따라 쭉 이어진 어물전에는 맛 좋기로 소문난 영천돔배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대구에서 설날을 앞두고 제수를 장만하러 온 주부 황윤주(45·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씨는 "생전에 시아버님이 '영천돔배기는 담백하고 비린 맛이 없다'며 무척 좋아하셔서 차례상에 올릴 돔배기를 사러 왔다"면서 "가격도 싸고 맛있어 매년 명절 제수용품은 영천장에서 장만한다"고 말했다.

45년째 영천장에서 어물전을 운영하고 있다는 윤만상(65·윤만상어물)씨는 "불경기로 예전보다 손님의 발길이 많이 줄어들었으나 설날을 앞두고는 미처 장만하지 못한 제수용품을 구하려는 손님들로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면서 "아무리 어려워도 설날은 설날인 모양"이라며 바쁜 손길을 놀렸다.

지난해 10월 영천장에 문을 열고 처음 명절을 맞게 된 화신떡집 이귀덕(53)씨는 이번 명절에 대해 큰 기대감을 보였다.

이씨는 "명절이 되자 인절미와 본편 등 제수에 사용될 떡이 많이 팔리고 있다"면서 "매일 설날과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제수용품을 장만하기 위해 새벽에 영천장에 나왔다는 이상길(54·경주시 성건동)씨는 영천장의 명물 소머리곰탕으로 해장을 하며 "영천장까지 발품을 팔면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고 덤도 많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시아버지에 이어 60년째 영천장에서 포목상을 운영하는 최원예(57·부산포목집 운영)씨는 애들 설빔 등을 장만하러 온 주부와 가격흥정을 벌이고 있었고, 방앗간 골목은 연신 더운 김을 뿜어내며 단대목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