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율 스님 측이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와 관련, 3개월간 환경영향조사를 하기로 합의했지만 해결해야 할 난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터널공사가 환경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에 대한 합의안을 환경영향조사단이 내놓을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문제다.
조사단은 정부와 지율 스님 측에서 각각 7명씩 14명으로 구성된다.
찬성·반대 측이 동수로 참여하는 만큼 100% 합의에 이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정부와 환경단체 모두의 판단이다.
조사단 내에서 찬성과 반대가 엇갈릴 경우 어떤 원칙에 따라 찬성 또는 반대를 조사단 전체의견으로 결정할지에 대해서도 명시적인 합의가 없다.
즉 다수결 원칙으로 전체의견을 결정할 것인지, 또 다수결 원칙이라면 다수 의견이 몇 명 이상이어야 전체의견이 되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어 조사결과를 놓고 분쟁이 일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
게다가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터널공사가 천성산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지면 문제는 명쾌하게 해결되지만 이런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터널공사는 자연을 어떤 형태로든 변형시키는 것이므로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 결국 관건은 정도의 문제이다.
특히 큰 문제는 상당한 또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판정이 내려질 경우다.
환경단체 측에서는 당연히 공사중단을 주장하고 나설 것이지만 환경적 문제가 고속철 건설이 가져다줄 경제·사회적 편익을 포기해야 할 만큼 중차대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민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현재 정부의 생각으로는 환경영향조사단이 환경문제를 포함해 사업의 타당성까지 판단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적인 지위가 없는 조사단에게 사업타당성 여부의 결정권을 줄 수 있느냐도 문제다.
결국 이런 문제들은 정부가 지율 스님의 장기 단식에 밀려 여러 문제에 대한 구체적 검토 없이 서둘러 지율 스님의 요구조건을 수용한 데 따른 것으로, 미숙한 대응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조사단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대법원의 판단에 맡긴다는 방침을 정했다.
국무총리실 남영주(南永柱) 민정수석비서관은 4일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줄 기관이 없는 상황이므로 현재 이 사안에 대한 재판을 진행중인 대법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대해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지율 스님간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정부와 지율 스님 측 모두 합의된 결론을 못 내릴 것이 뻔한 환경영향조사를 왜 하느냐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