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 맛·푸짐한 상 "봄이 왔어요"
불황,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대단한 기세다.
특히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십자포화를 맞은 곳은 최고의 창업희망업종인 외식업.
하지만 넘지 않으면 안 되는 파도다.
외환위기 때보다 심하다는 불황기, 위기극복의 현장을 찾아봤다.
◇제품에 답이 있다
지난해 7월 대구 이천동에서 한정식집 '심원'을 창업한 최경분(48·여)씨. 1억2천여만 원을 들여 식당을 열었지만 개업 5개월이 지나도록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하루 평균 60만 원은 팔아야 인건비와 식재료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손익분기점에 이릅니다.
그런데 개업 초기 하루에 겨우 20만 원 정도 매출이 올라왔습니다.
손실요? 몇달 만에 1천500여만 원의 적자가 쌓였습니다.
"
식당 경영이 처음이었던 그는 '뭐가 잘못됐나'를 찾기 시작했다.
약점을 찾아내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변화를 주자는 생각이었다.
"저희 가게의 최대 약점은 큰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위치예요. 그런데 이 점은 바꿀 수가 없는 것이었죠. 그 다음을 생각하니, 결국 제품이었어요. 음식에 뭔가 부족한 것이 있었습니다.
"
심원은 식물성 음식으로만 갖춰진, 그리고 마늘·부추·파 등의 향신료까지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밥상을 주력으로 하고 있었다.
최씨는 매출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주력 메뉴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콩단백불고기, 버섯찜 등 주력메뉴에 향신료를 조금씩 쓰고, 일부 메뉴에는 과일 소스를 만들어 얹는 등 주력 제품에 변화를 줬습니다.
물론, 장사가 안 되는 와중에도 여러 곳을 다니며 다른 음식점을 벤치마킹했죠. 채식 밥상만 고집했는데 손님이 원하면 고기도 올리는 '맞춤 주문'도 시작했습니다.
결국 끊임없이 바꿔주니까 반응이 오더군요."
그는 주방장에게만 의존하던 방식도 바꿨다.
주방에 들어가 맛을 직접 챙겼다.
오너가 직접 생산과정을 장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쳤기 때문.
이런 노력 끝에 지난해 11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매출이 급신장, 하루 평균 매출이 100만 원까지 올라왔다.
이달까지도 매출 신장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변화를 위한 몸부림'이 매출을 5배나 키워낸 셈.
"웰빙이라는 명확한 트렌드가 있기에 애초 제가 생각한 메뉴는 꼭 성공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맛은 소비자가 원하는 쪽에 맞춰야한다는 것을 제가 잊고 있었죠. 역시 제품에 답이 있었습니다.
" 053)471-3651.
◇손님 위치에 서보자
대구 죽전동 한우전문음식점 '못마루'. 지난 2000년 이 식당을 창업한 조윤경(42·여)씨는 지난해 초가을까지 엎친 데 덮친 상황을 맞고 있었다.
"개업 초에는 좋았죠. 갈비살 1인분에 1만 원을 받을 때는 하루 3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으니까요. 그런데 2002년 3월, 2003년 12월 연거푸 두 번의 광우병 파동을 맞은데다 극심한 불황까지 겹쳤죠. 지난해 1월 광우병 파동 직후엔 갈비살 1인분에 1만8천 원을 받던 시기인데도 하루 매상이 7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
3억 원을 투자해 창업한 식당. 적어도 하루 150만 원의 매출은 올려야 식당이 굴러가는데, 잇따른 악재에 조씨는 가슴이 타들어갔다.
"손익분기점에 도달을 못 하니 월 1천만 원 가량의 적자가 났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불황기에는 가게 문턱을 낮춰야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보다 구매력이 떨어진 손님 입장에서 질은 좋지만 값이 비쌀 수밖에 없는 한우를 선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다른 메뉴도 갖춰보자고 생각했습니다.
"
전문 컨설팅 회사에서 교육을 받으며 새로운 메뉴를 생각했다.
몇 달 동안의 '발품 고민' 끝에 갈비살, 안창살 외에 양념갈비도 상에 얹기로 했다.
"포천이동갈비를 선택했습니다.
포천이동갈비는 1대의 갈비를 4등분, 양념까지 곁들여 내놓는 것이기에 일단 손님으로 봐서는 양이 많아지는 셈이죠. 간판에도 포천이동갈비를 넣어 가게 이미지를 새롭게 했습니다.
부담을 덜고 일단 와 보시라는 겁니다.
"
반응은 금방 왔다.
70만 원까지 떨어졌던 하루 매출이 포천이동갈비 메뉴를 도입한 지난해 10월, 즉시 250만 원까지 회복이 됐다.
지난해 9월의 손님 숫자가 10월이 되면서 꼭 2배 늘었다.
회복세는 이달 현재도 이어지는 중.
"손님들은 양이 많아졌다고 우선 좋아했고, 한약재·과일 등을 숙성해 만든 옛날식 양념에도 만족해합디다.
이왕 달라진 김에 반찬 수도 종전보다 2, 3가지나 늘렸습니다.
불황기 손님들은 '더 푸짐한 것'을 좋아한다는 생각에서였죠."
그는 주인과 손님의 입장을 완전히 바꿔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053)565-6080.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사진 왼쪽이 최경분씨, 조윤경씨.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