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에 취업이 어렵다는 기사를 보면 '××기업 공채에 공인회계사 20명 전원 불합격' 등 회계사가 입사시험에서 떨어진 것을 제목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취업이 어려워서 능력을 인정받는 회계사조차 떨어진다는 의미인지, 회계사라는 자격이 별 가치가 없다는 뜻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지만 아무튼 회계사로서 직업적 자부심이 추락하는 것은 틀림없다.
1980년대 초반에는 연간 회계사 선발인원이 약 50명쯤 되어서 합격을 하면 집안의 경사였지만 지금은 한 해에 1천 명을 뽑는다.
IMF환란을 겪으면서 부실회계를 방지하기 위해 회계사를 많이 배출해야 한다며 정원을 늘려 놨는데, 그 결과 지금은 시험에 합격한 회계사가 2년을 수습할 기관을 찾지 못해서 수습에 재수, 삼수를 하는 실정이 되고, 수습 중에 월급을 받지 못하는 회계사도 허다해졌다.
힘겹게 수습을 마치고 회계사 등록을 하면 본분인 회계감사를 해야 하는데 현재 회계감사를 법적으로 받아야 할 기업이 약 1만4천 개인 반면 등록 회계사 수는 약 7천900명으로, 산술적으로 1인당 감사할 수 있는 업체가 2개 업체가 채 안 된다.
여기에 대형 회계법인이 감사업체를 독식하고 나면 실제로 1년에 한 업체도 감사하지 못하는 젊은 회계사가 수두룩하다.
1980년대 초반까지 회계감사는 '배정제'였다.
즉,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사받을 업체를 회계사에게 배정, 업체로서는 감사인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회계사는 독립성이 보장됐다.
그러다 재무부가 회계감사를 '자유수임제'로 바꿨다.
그 논리는 변호사처럼 회계사도 자유경쟁을 해야 고객 서비스가 개선된다는 것이다.
회계사가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자신을 선임한 주주를 대신해 경영자의 경영성과를 잘 감사하는 것인데, 소유와 경영이 제대로 분리되지 못한 한국에서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제대로 감사하지 않고 좋은 감사의견만 내는 것이다.
당시 재무부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미국의 회계사 제도를 벤치마킹했지만, 미국도 '자유수임제'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소유주는 실무 인력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경영자가 회계감사 계약을 하면서 회계사는 경영자와 대등한 관계를 잃게 된 것이다.
계약을 미끼로 감사의견 쇼핑을 하고 의견을 흥정하게 됐다.
그 결과 최근 엔론 같은 초대형 기업이 부실회계를 저질러 망하고, 엔론을 감사한 세계 최대의 회계법인도 공중분해되어 버렸고 소액주주만 그 피해를 안았다.
정부도 자유수임제가 갖는 문제를 간파했는지 부실감사를 방지한다고 회계사에게 징벌의 양을 계속 늘리고 있는데 징벌량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 최선의 해결책은 회계사에게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배정제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많은 감사대상 거래처를 확보한 대형 회계법인들은 배정제로의 회귀를 극구 반대하겠지만, IMF 환란에서 드러난 부실감사의 주역들은 대부분 이런 대형 회계법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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