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의 습격, 해외 피해현장을 가다-(1)中, 천하의 절경 황산의 소나무를 지켜라

입력 2005-02-03 13:44:12

황산(黃山)은 중국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명산 중의 명산이다.

양쯔장 하류 안후이 성 남쪽에 위치한 해발 1,860m 높이의 황산은 중국 10대 경승지로 꼽히며 1990년 12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자연유산으로 인정됐다.

옛 문장가들은 "황산을 보고 나면 그 어느 곳도 눈에 차지 않는다"고 했다.

황산을 세계적 절경으로 만든 것은 구름바다 위로 머리를 드러낸 기암괴봉과 바위 틈을 비집고 자란 소나무들이다.

소나무 재선충 해외취재를 계획한 기자가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황산의 소나무였다.

천하의 비경을 만들어내는 황산의 소나무가 재선충에 의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말로 치면 황산 관광특구에 해당하는 황산 풍경구(風景區)에서 70km도 안 떨어진 곳에 재선충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황산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은 극약 처방을 단행했다.

황산 풍경구 주변을 뺑 돌아가며 폭 4km, 길이 100km에 이르는 지역의 소나무를 모두 베어냈다.

재선충 전염을 막기 위해 '무송(無松)벨트'(재선충 격리대)를 조성한 것이다.

소나무 재선충을 옮기는 매개충인 솔수염 하늘소가 태풍에 의해 최대 3km까지 비행한다는 점을 감안해 폭 4km 안의 소나무를 제거했다고 한다.

무송벨트 취재를 위해 황산 풍경구 입구에 다가서자 검문소가 나타났다.

황산시는 소나무 또는 목재가 황산으로 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황산으로 통하는 30곳의 길목마다 검문소를 설치했다.

목재를 실은 차량은 재선충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검사 필증 없이는 통과가 허락되지 않았다.

무송벨트를 검문소 직원들의 안내를 따라 찾아가 봤다.

무송벨트라는 이름에서 기자는 '바리캉'에 의해 깎인 머리처럼 민둥산이 된 야산을 떠올렸지만, 실제 모습은 달랐다.

격리대 지역 내에 있는 소나무만 선별해 베어낸 데다 벌목 뒤 대나무와 밤나무, 차나무 등을 심어놓은 터라 얼핏 보기엔 무송벨트인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눈을 씻고 찾아봐도 격리대 내에서는 단 한 그루의 소나무도 보이질 않는다.

황산시 임업국 왕짜오청 검문소 과장의 브리핑을 들어보니, 격리대 내의 총 360만 그루(367ha)의 소나무를 2001년부터 2003년에 걸쳐 베어냈다고 한다.

소나무 벌목 작업에는 인근 농민들이 동원됐다.

나무를 베어내 판 돈으로 인건비를 댔는데, 총 예산이 4천만 위안(우리돈 56억여 원)이 투입됐다는 것.

황산을 찾는 관광객은 2004년 한 해 동안 817만 명으로 경주(700만 명)보다 많다.

그러나 소나무가 없는 황산은 그야말로 '앙꼬(소) 없는 찐빵'이다.

재선충이 황산의 소나무를 습격할지도 모른다는 황산시 당국의 위기감은 컸다.

소나무 매 그루마다 황산시는 각별한 보호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황산의 대표적인 이른바 '10대 소나무'의 경우 그루마다 전문가 한명씩 배치해 관찰·관리하고 있으며 10대송 가운데 가장 유명한 영객송(迎客松)은 5, 6명이 전담 관리하고 있었다.

또한 호림대(護林隊)를 구성해 황산 곳곳에서 예찰 활동을 펴고 있었다.

재선충 예방·차단 작업은 황산시의 최고 권력자인 당서기 총지휘 아래 이뤄지고 있었다

중국에서 지금까지 총 3천500만ha의 소나무가 재선충에 의해 말라 죽는 등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노력이 주효했는지, 황산에는 재선충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무송벨트를 둘러본 뒤 케이블카를 타고 황산에 올랐다.

흐리고 짓궂은 날씨 때문에 황산의 비경을 보지 못할까 가슴 졸였지만 정상 부근에서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히고 파란 햇살이 기암괴봉에 부서지는 행운을 접했다.

소문대로 황산은 한 폭의 산수화 자체였다.

이것이 많은 화가들로 하여금 붓을 버리게 했고 시인들의 글귀를 막히게 했다는 황산의 진면목이었다.

절경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은 단연 소나무였다.

흙 한 점 없는 바위 틈에 수백년 세월 풍상을 견디며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은 황산의 소나무는 어느 것 하나 자연이 만든 천연 분재(盆材) 아닌 것이 없었다.

사회주의 국가답게 무송벨트라는 어마어마한 일을 단행한 중국의 조치가 놀라웠지만, 역설적으로 재선충이 소나무에 미치는 위협이 얼마나 큰지 황산의 무송벨트는 무언으로 전해주고 있었다.

중국 황산에서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사진: 황산시 산림당국 관계자가'무송(無松)벨트'(재선충 격리대)를 가리키고 있다.황산을 둘러싸고 폭 4km, 길이 100km안에 있는 소나무를 모두 베어낸 곳 중 일부다. 소나무를 베어낸 이곳에는 대나무를 대체 수종으로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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