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우리나라(남한) 인구가 5천만 명을 못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됐다. 통계청은 장래 인구추계에서 오는 2020년 4천995만6천명을 정점으로 이후부터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2023년 5천만명을 넘어선다는 3년전의 전망을 수정한 것이다.
2003년 기준 한국의 가임 여성(15~49세) 합계 출산율은 1.19명이다. 부부가 아이 둘을 낳아야 현상 유지를 하는데 하나 정도만 낳으니 인구가 줄 수밖에 없다. 미국 2.01명, 호주 1.75명, 독일 1.40명, 이탈리아 1.26명, 일본 1.29명 등 출산율이 낮다는 선진국들이 무색할 정도다. 출산율 저하로 국가 위기론까지 들먹이던 프랑스도 한국보다는 훨씬 높다. 프랑스 여성 1인 출산율은 1990~1999년 1.72명이었다가 1999~2003년 1.86명으로 늘고 있다.
한국은 지난 1960년만 해도 출산율이 6명이나 되는 빈곤한 고출산 국가였다. 당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의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으로 1970년 출산율이 4.53명으로 낮아졌고, 1983년 2.08명을 기록한 다음 1984년 1.76명, 급기야 1명 대에 접어 들었다. 결국 2002년 1.17명이라는 기록적인 저출산까지 갔다가 이듬해 1.19명으로 약간 늘었다. 이 때의 증가분은 저출산 풍조의 완화에서 온 것이 아니라 2002년이 말띠해여서 출산을 회피했거나 해를 넘겨 출생신고를 했기 때문으로 추정돼, 출산율 하락이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하기는 무리다.
오히려 최근 한 외신은 한국 여성들의 결혼과 자녀 기피 풍조가 더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결혼과 아이보다 자신의 사회적 성공을 추구하는 새로운 20대 여성을 뜻하는 '콘트라 섹슈얼'이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한국에도 크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왜 그토록 아이 낳기를 꺼리는가. 복합적이지만 가장 큰 요인은 자녀 양육과 교육 부담 때문이다. 각종 조사결과가 그렇다. 엄청난 교육비 부담과 살벌한 경쟁 사회가 싫고 무서운 것이다. 남보다 잘 나가지 않으면 사는 재미가 없는 사람들의 투기적 교육 투자와, 그런 사람을 따라가지 않으면 노예가 되거나 죽는다는 강박감을 가진 사람들이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켜 한국의 교육 현실은 살인적이라고 해서 무리가 아닌 지경이 됐다. 이런 교육 풍토에 자신의 인생을 코 꿰이고 싶지 않고, 귀한 아이를 내몰고 싶지 않다는 인식이, 그런 과정을 직접 체험한 젊은이들 사이에 팽배한 것이다.
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출산 장려책을 내놓고 있지만 눈곱만한 지원에 혹해서 엄청난 부담과 스트레스를 각오하고 아이를 더 낳을 부부가 있을까. 대졸자가 아닌 사람이 대통령을 하는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일류대학을 목표로 유아원 때부터 아이를 서커스단 동물처럼 꽉 짜여진 틀에 넣어 사육하다시피 하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그대로 놔둔 채 아이를 많이 낳자고…. 그러려니 차라리 이민을 가겠다는 것이 70/80세대 이후 개성 강한 젊은이들의 주장이다.
출산 기피 풍조를 개선하기 위한 해법은 간단하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턱 댄 출산 장려에 앞서 이 땅, 이 환경에서 사람답게 살만한 적정인구가 과연 얼마인가부터 밝혀야 한다. 한국은 작은 땅덩어리에 산악지역을 빼면 인구밀도가 세계 최악이다. 인구 과잉이 살인적 경쟁, 이에 따른 인간성 상실과 무관하지 않다.
인구가 국세를 좌우하던 시대도 아니다. 고용 없는 성장이 보편화되고 군에서 육군의 비중도 낮아지고 있다. 저출산 상황이지만 고령화 영향으로 인구는 2020년까지 계속 는다. 고령화의 대책으로 아이를 많이 낳자는 발상이라면 문제가 더 꼬일 수도 있다. 고령화는 고령화대로 받아들여 파생될 문제점들을 착실하게 극복해 나가야 하는 게 순리다.
미미하지만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한국 땅의 적정 인구가 얼마인지 논란이 있다. 활발한 연구와 논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와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또는 한민족 경제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 남북을 합한 인구가 1억은 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현재도 인구 과잉이어서 줄어야 하고 최대 2천만 명 수준이 맞다는 주장도 있다. 과연 어느 쪽이 타당한가. 큰 틀의 적정인구수가 책정이 되면 그것을 인구정책의 기본으로 삼아 국가백년대계를 짜야 한다. 분명한 것은, 낙태를 반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래의 약속 없는 무책임한 출산 장려도 옳지 않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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