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입력 2005-02-03 08:42:55

그 해엔 눈이 많이 나리었다.

나이 어린

소년은 초가집에서 살고 있었다.

스와니강이랑 요단강이랑 어드메 있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었다.

눈이 많이 나려 쌓이었다.

바람이 일면 심심하여지면 먼 고장만을

생각하게 되었던 눈더미 눈더미 앞으로

한 사람이 그림처럼 앞질러 갔다.

김종삼 '스와니강이랑 요단강이랑'

'十二音階'라는 그의 시집 표지에는 꿈 같은 연분홍과 연두색을 바탕으로 하여 낙서같이 자줏빛으로 동그라미 번져나간 그림이 있다.

시는 예술을 지향한다든가, 여백을 지향한다든가, 그의 시 구절처럼 '내용 없는 아름다움'이라든가, 그런 말을 은연 중에 들려주는 것 같다.

내 유년시절이 떠오른다.

나도 어릴 때 심심해지면 눈사람이라든가, 먼 도시라든가, 크리스마스 카드 같은 것을 생각하며 물감을 내놓고, 그 옆에 물을 떠놓고, 크레파스를 또 꺼내놓고, 꽃밭에 나가 많은 꽃들과 이파리까지 따와 아무렇게나 짓이겨 문지르며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렇게 그리움을 키웠다 할까? 순결을 지향했다 할까? 박정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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