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골잡이 박주영 선수의 등장으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고 있습니다. 우리 집을 축구경기에 비교한다면 집에선 항상 2대 2 축구가 벌어집니다. 상대편은 젊은 혈기를 앞세운 아들과 딸. 순수한 공격수이지요. 우리편은 저와 아내로 상대편 공격수의 전문 마크맨입니다.
상대편은 매일 현란한 개인기와 체력을 앞세워 우리편을 괴롭힙니다. 하지만 우리편은 수비 위주로 경기를 운영하고 체력 또한 열세여서 경기 결과는 매일 우리편의 참패로 끝납니다.
퇴근 후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상대편 주공격수인 아들은 그의 전담 마크맨인 저에게 "아빠"라고 소리지르며 달려와 경기가 시작됩니다. 상대편 주공격수의 개인기로는 의자 끌고 다니면서 식탁이며 싱크대에 올라가 펼치는 고공기술, 운동복을 벗어 던지고 이를 입히려는 수비수의 수비를 따돌리는 발 기술, 장난감 통을 엎질러 수비수의 눈을 딴 데로 돌리게 하고 이어지는 방뇨 기술, 저를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여 책 읽게 하는 기술, 전담 마크맨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 이불을 뒤집어씌운 채 벌어지는 육탄 기술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놈은 경기 매너 또한 좋지 않아 상대편인 우리편이 쉬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휴식시간 중 짬짬이 담배를 피우고 용변을 보려 해도 거기까지 따라와 괴롭히는 것은 물론 같은 편인 동생에게도 가끔씩 폭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또한 경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단식 농성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상대편의 다른 선수(딸애)도 아직 경기 경험이 적고 어린 관계로 개인기와 체력은 좀 떨어지지만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닙니다. 벌써 우수한 선수로서의 재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선수의 주특기는 시야에서 상대편이 사라지면 운동장이 떠나갈 정도로 큰 소리로 우는 기술과 우리편은 물론 자기편까지 휴식을 취하는 새벽시간에도 경기를 벌이자고 보채는 기술,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안는 등 몸싸움을 하면 꼼지락거리며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기술이 있는데 이러한 기술 또한 무섭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경기시간도 결코 짧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 퇴근 후 약 5시간 정도이지만 우리편인 아내는 개인기와 체력이 우수한 상대편을 맞아 근 15시간 정도 혈전을 벌이며 수비를 해야해 같은 편으로서 찬사를 보냅니다.
이 경기에서 저는 "야, 이놈아. 잠 좀 자라."라고 소리지르며 항복을 선언합니다. 그런데 혈전 끝에 곤히 자는 놈들의 모습이 하나도 밉지 않으니 참 희한한 일입니다. '잘 자라'며 자신이 속한 곳에서 훌륭한 선수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부언하면 박주영 선수는 제 고등학교 후배입니다.
변호사 jdb2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