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는 지금-국회의원 설선물 목하 고민중

입력 2005-01-31 13:59:18

'부패척결'-'선물로 내수진작'

설이 다가왔지만 요즘 국회는 썰렁하다.

최근 이해찬 국무총리는 물론 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장,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까지 "내수촉진 차원에서 설 선물을 주고받자" "설 연휴기간 외국에 나가지 말고 국내에서 쓰자"고 외칠 정도다.

지난해 말에는 국회 산업자원위 소속 의원들이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선물 주고받기 운동'까지 펼쳤다.

지난 추석 무렵, 국회 사무처 공무원 노조가 '추석절 부정부패 감시단'을 결성, 국회 의원회관을 밀착 감시하던 '살벌한' 분위기와 딴판이다.

설 선물이 아예 사라졌으니 굳이 감시할 일도 없어졌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은 남 눈치 안 봐도 돼 오히려 편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초선 의원은 "공개선언만 안했을 뿐이지 모두들 선물 안받기 자정 결의선언을 한 거나 진배없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나마 일부 중진 의원은 예년처럼 선물을 준비하기도 하지만 방식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국회의원 회관으로 일괄 발송하면 됐으나 이젠 집으로 '몰래' 보낸다.

남의 눈을 의식해서다.

일일이 집 주소를 확인해야 하니 시간·비용이 곱절 이상 들고 번거롭기까지 하다.

선물 규모도 줄어 지역의 한 중진은 10kg 짜리 햅쌀을 준비했고, 다른 중진은 지역 특산물을 보낼 계획이다.

한 의원 측은 "예전처럼 국회의원 모두에게 보낼 형편도 못 된다"며 "선물을 보내온 이들에게만 품앗이 차원에서 준비할 생각"이라고 했다.

사실 명절 때가 되면 국회 의원회관은 '특수 경기'를 맞았었다.

정부 부처나 이익단체, 수익성 인·허가 관련 업체들이 보내온 선물들이 가득했고, 덩달아 전국에서 몰려온 택배직원들로 국회가 시끌벅적했다.

경쟁적인 물량공세가 적지 않았고, 일부 부처는 떡값을 관행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고 한다.

오죽 심각했으면 부정 감시단까지 만들었을까. 하지만 요즘 국회풍경은 상황이 180도 변한 것이 사실이다.

국회 내방객마저 발길이 끊길 판이란다.

그러나 설을 코앞에 두고 느닷없이 "미풍양속 차원의 선물은 권장할 필요가 있다(이해찬 총리)"는 얘기는 국회 주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지역의 한 보좌진은 "의원들에게 새로운 고민을 주고 있다"고 했다.

선물을 할 수도, 안할 수도 없게 만든다고 할까. 여권 한 인사는 "명절을 며칠 안 남겨둔 시점에서 내수진작을 이유로 무작정 선물 주고받기를 권장하자는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토로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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