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17년째 봉사 김숙자씨

입력 2005-01-29 10:36:47

28일 오후 6시 파티마병원 병동에서 만난 김숙자(50·여·달서구 이곡동)씨. 김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남편과 6명의 자녀를 모두 잃고 담석증을 앓고 있는 김선녀(88) 할머니를 찾아 챙겨온 밥과 반찬을 먹여주고 있었다. 김 할머니는 기자에게 "이 사람은 우리 손녀딸"이라며 "제발 나라에서 큰 상을 내려달라"고 통사정했다.

돈 한푼 없이 단칸방에서 죽음만 기다리던 김 할머니에게 김씨는 하늘이 내려보낸 천사다. 김씨는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사비를 들여 세 차례 할머니가 수술받도록 했으며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가 대·소변을 받고 목욕, 식사를 도왔다. 가족보다 진한 사랑이다.

지난 17년간 김씨의 손길을 거친 사람은 말기 암환자, 병든 홀몸노인 등 50여 명.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절망에 빠진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이 중에는 전직 국회의원에게 이혼당하고 거지가 된 전처, 대학 총장에게 버려진 병든 부인도 있었다.

김씨의 병원봉사는 밤낮이 없다. 그는 주말, 공휴일에도 병원으로 나와 자신이 보살피는 환자를 돌보는가 하면 때로는 보호자용 침대에서 자고 아침에 집으로 가 아침밥을 해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자녀가 어릴 때는 어머니와 함께 놀고 싶어 불평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사위, 막내 등이 함께 손을 걷어붙이고 있다.

1988년 임종을 앞둔 한 할머니를 도운 것이 계기가 돼 무료봉사에 뛰어들었다. 김씨는 자신의 이웃사랑이 그의 가족에 대한 축복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강원도 모 부대 연대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딸 둘과 아들 둘도 훌륭하게 잘 자랐다.

그런 김씨도 너무 힘들어 눈물을 쏟기도 했다. 지금은 다소 경제적 여유가 있지만 10년 전만 해도 4명의 자녀를 키우다 보니 보살피던 환자들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해 울었다고 한다.

막내 아들 세형(21)씨는 말했다. "저는 평범한 대한민국 어머니와는 좀 다른 우리 엄마를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설명 : 김선녀 할머니에게 밥과 반찬을 먹여주고 있는 김숙자씨.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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