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온 '바람의 딸' 한비야씨

입력 2005-01-29 09:29:24

"남을 돕는 것. 그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피를 끓게 합니다."

28일 오후 대구 성화여고를 찾은 '바람의 딸 한비야(45)씨. 오지 여행가로 잘 알려진 그는 4년째 한국국제 난민지원기구 월드비전의 긴급구호 팀장을 맡으면서 세계의 전쟁·기아 지역을 발로 뛰며 난민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도 지진·해일 피해를 입은 동남아시아 복구 현장에서 긴급구호활동을 펼치고 돌아왔다.

이날 특강에서 그는 200여 명의 젊은 후배들에게 "'우리'와 '남'을 구분하지 말고 이제는 한국의 국민을 넘어 세계인으로서 자신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세계는 이제 48시간이면 어디든지 오갈 수 있는 교통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눈을 크고 넓게 뜨고 지금부터 한 걸음씩 내딛는다면 여러분이 간직한 꿈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그는 225mm도 안되는 작은 발로 지구 3바퀴 반, 그리고 92개국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믿고 바로 실천에 옮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제는 오지 여행가에서 구호의 딸로 불리게 된 한비야씨. "여행을 다닐 때는 혼자만 즐거웠지만 구호활동을 펼치면서부터는 타인 없이 행복할 수 없고 더불어 사는 삶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그가 목숨이 위태로운 긴장 속에서 펼치고 있는 긴급구호 역시 누가 시켰다면 못할 일이라면서 너무나 하고 싶었던 수많은 일 가운데 선택한 길이었기에 가시밭길 같은 활동이 행복하단다.

동남아 지역에 지진·해일이 들이닥친 한 달 남짓. 조금씩 관심이 줄어들고 있지만 그곳에는 아직도 시신이 길거리에 썩어가고 전염병의 공포가 엄습하는 처참한 광경이 여기저기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했다.

세계는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 오지에서 기본적인 생계조차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우리의 관심 밖에서 매일 3천여 명씩 죽어가고 있다며 그런 이들의 가장 가까이서 손길을 내미는 일이 단지 남을 위한 일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세상에는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 남의 것을 뺏으려는 사람과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려는 사람, 꼭 필요하지만 남과 함께 나누려는 사람이 있다"며 "어떤 사람이 되느냐는 여러분에 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800원이면 죽어가는 어린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며 "하지만 그것을 꺼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힘있는 사람이 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세계의 난민들을 위한 긴급구조활동을 10년은 더 하고 싶다고 했다. 너와 나가 아닌 우리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꿈을 꾸든지 "베이스캠프를 한국에 두고 살지만 그 무대는 세계가 되길 바란다"며 "지구본을 손으로 돌리면 단 1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젊은이들이 세계로 눈을 돌릴 것을 주문했다.

최두성기자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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