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섬유 무엇을 배울 것인가-(5.끝)대구섬유, 디자인을 키우자

입력 2005-01-29 09:29:24

대구섬유를 어떻게 '디자인(Design)' 할 것인가? 전세계 71개 국 3천여 홈텍스타일 업체가 참가한 2005 독일 하임텍스틸은 그 해답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텍스타일 디자인 하나로 섬유산업의 고부가가치를 이룬 유럽은 대구섬유의 '벤치마킹' 대상이고, 300여 업체를 참가시키며 아시아관을 가득 채운 중국 인도 등 섬유후발국들은 대구섬유의 '경계대상'이라는 것이다.

일찍이 유럽의 섬유선진국들은 채산성이 낮은 생산 등의 하드웨어 분야는 중국 인도 등 후발국가에 넘겨주고 디자인 및 브랜드 개발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 그 원천은 '창의력 중심 교육'과 '디자인 시장환경'이었다.

유럽 선진국들의 텍스타일 디자인 교육은 한국과 큰 차이가 있다. 영국 텍스타일 디자인 대학에서는 4년 과정 중 1년만 기초교양을 배우고 나머지 기간 동안은 전문 디자인교육을 받는다. 또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의력 중심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 칼리지'를 졸업한 프리랜서 텍스타일 디자이너 린다 브루스(Linda Bruce·54·여)씨는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학생들이 작품에 대해 혹독한 비평만 할 뿐이다"라고 했다. 또 "실내수업보다 박물관 미술관 등지를 견학하며 생활 속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얻을 수 있게 한다"고 덧붙였다.

선진국의 텍스타일 디자인 교육은 '예술성'보다 '상업성'을 강조한다. 이번 하임텍스틸에 참가한 텍스타일 디자인 대학은 모두 8곳. 이 곳 학생들은 수업 중에 만든 디자인을 지역기업들에게 팔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항상 시장에서 성공할 만한 작품만 디자인한다.

특히 독일은 '캠퍼스 프로젝트'를 통해 이번 하임텍스틸 유럽관에 대형 부스를 만들어주고 5개의 자국 디자인 대학 학생들을 참가시켰다. 독일은 국비로 대형 전시회에 자국 학생들을 참여시킴으로써 학생들에게 일찌감치 바이어들과 만날 기회를 제공했다.

베를린 공예학교(Kunsthochschule Berlin) 4학년인 크리스 벨란(Chris Whelan·23)씨는 "대학에서 테스트를 통해 참가학생을 선발했다"라면서 "경비는 주정부에서 모두 제공해 주었다"고 했다.

유럽 선진국들이 두 번째로 강조하고 있는 '디자인을 고려한 시장환경 조성'은 대구섬유의 시급한 과제다. 텍스타일 디자이너가 성장하려면 그들이 디자인한 제품이 팔려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지금의 베끼기와 OEM 방식을 벗어버리고 '기획생산'을 하면 디자인과 섬유업체 모두를 살리는 '윈-윈'을 거둘 수 있다.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텍스타일 디자이너와 섬유업체를 연결해주고 상품을 기획하는 '컨버터'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서도산업 디자인연구소 황욱 실장은 "정부와 대구시가 PID와 같은 국내전시회에 텍스타일 디자인 부스를 제공해줘 디자인이 실제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기초적인 시장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면서 "그러면 기업들이 디자인을 사서 이익을 보고 디자이너들도 자연스럽게 양성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하임텍스틸은 지역 텍스타일 디자인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귀중한 자리였다. 처음으로 참가한 계명대 '텍스타일 뱅크' 학생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계명대 창업보육센터 내 텍스타일 디자인 인력 양성과정을 수료한 24명의 학생들이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한 달여 동안 보육센터에서 밤샘 작업을 한 학생들은 '처녀출전'에도 불구하고 10점의 디자인을 파는 성과를 거뒀다. 독일 대학 학생들이 단 1점도 판매하지 못한 것을 미뤄볼 때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

학생들과 동행한 FISEP(섬유패션산업특화 국제전문인력양성 국책사업단) 류건우 단장은 "첫 출전에서 학생들이 거둔 성과는 지역 텍스타일 디자인이 세계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프랑크푸르트·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사진설명 : 2005 독일 하임텍스틸에 '처녀출전'한 텍스타일 뱅크 학생들은 '카피왕국'으로 불리는 한국 텍스타일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텍스타일 뱅크 학생들이 메쎄 프랑크푸르트 1관에 설치된 부스에서 외국인 바이어와 상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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