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표적인 대도시이자 유럽에서 가장 살기 좋은 대도시 중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함부르크. 이 도시의 돈줄은 놀랍게도 저축은행이 쥐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많아야 대여섯 개 정도 점포로 서민 상대 소매금융에 치중하는 저축은행이 독일에서는 큰 위력을 떨치고 있다.
◇함부르크 금융의 지배자, 함부르크저축은행
함부르크저축은행(Haspa:Hamburg Sparkasse AG)은 독일에서 가장 큰 저축은행이자 함부르크 금융의 지배자다. 자산 320억 유로(한화 약 45조 원), 종업원 6천 명 규모에 함부르크 소매금융의 60%, 중소기업금융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함부르크 기업의 40% 이상을 거래 고객으로 두고 있기도 하다.
이 은행은 한국의 새마을금고처럼 주로 서민들이 맡긴 돈을 굴리지만 규모 면에서는 결코 대형 은행들에 못지 않다. 185개 지점과 자동화 점포, 프라이빗 뱅킹 점포 등 모두 250개의 점포를 갖춰 함부르크 구석구석을 파고들어 있다.
1827년 지역 유력인사들이 만든 조합 형태 은행으로 설립된 뒤 한때 정부 소유 관영 은행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민영화됐다.
독일 사람들은 얼굴을 직접 맞대고 하는 대화를 좋아해 함부르크저축은행도 인터넷뱅킹보다는 대면 상담을 주로 한다. 인터넷은 은행 영업이나 상품에 대한 고객들 반응을 살피는 데 주로 이용한다.
가끔 대형 은행이나 외국계 은행이 수수료를 안받는 무료 서비스를 하거나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기도 하지만 큰 어려움은 없다. 보수적인 독일인들이 금리 차이로 거래 은행을 바꾸지는 않기 때문이다. 클라우스 크루제 함부르크저축은행 기업담당 부장은 "수수료는 높지만 미술관 입장료 할인, 입장권 구매대행 서비스 등 차별화한 서비스로 대형 은행들과 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빗 뱅킹도 주요 영업 분야인데 5만~10만 유로 이상을 거래하면 프라이빗 뱅킹으로 유도하고 100만 유로 이상의 부자들에 대해선 은행이 알아서 관리해준다.
함부르크저축은행은 독일 최대의 저축은행답게 독일 축구 분데스리가의 명문 함부르크SV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함부르크SV의 성적이 안 좋긴 하지만 독일 국민들이 축구에 열광하기 때문에 프로축구단 후원은 이 은행의 친밀도를 높이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전시회 등 문화 지원, 레저스포츠 활동 지원 등 지역 밀착사업도 벌이고 있다.
◇시장개척에 열심인 함부르크은행
함부르크의 지역 은행인 함부르크은행(Hamburg Bank)은 함부르크저축은행의 위세에 눌려 있는 작은 지방은행이지만 '매력적인 은행'이 되려는 모토로 시장 개척에 열심이다. 1861년 설립된 함부르크은행은 함부르크 280만 인구 중 56만 명을 고객으로 갖고 있다. 7만 명이 함부르크 시민이자 주주이기도 하다. 총자산 9억4천만 유로(약 1조3천억 원), 종업원 338명, 영업점 35개, 독일 내 은행 순위 60위의 은행이다.
함부르크은행의 주된 고객은 변호사, 의사 등과 중소 자영업자들이다. 대형 은행들과의 경쟁을 위해 지역 밀착화 전략을 구사하는데, 가령 개인 고객들이 집을 지을 때 정부 보조금 지급 창구 역할을 하면서 주택 관련 조합과 연결해 대출도 해주는 식이다. 고객들의 자산 증식을 위해 고객들이 투자한 주식을 따로 모아 자회사인 유니온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독일 국내와 아시아 15개국의 채권 펀드 등에 투자하기도 한다.
함부르크은행은 지역 중소기업들에 창업자금, 운전 및 시설자금을 많이 지원하는데 대출 담당자가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을 직접 방문, 기업의 재정규모를 살펴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 함부르크에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기업지원팀을 만들어 투자상담을 전문화했다.
함부르크은행은 지역의 아이스하키팀을 후원하고 문화사업에 지원하는 등 지역에서 친밀도를 높이는 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맥 못추는 대형 은행들
함부르크라는 대도시 '황금어장'에서 대형 은행들은 별로 맥을 못추고 있다. 독일의 이른바 '빅 4'인 도이체은행(Deutsche Bank), 드레즈너은행(Dresdner Banks), 코메르츠은행(Commerzbank), 히포운트베라인스은행 (Hypo und Vereinsbank) 등은 함부르크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도이체은행 등은 함부르크에서 부유층 고객을 우대하는 정책을 취했다가 오히려 실책이 된 적이 있었다. 대형 은행의 부자 우대 및 차별화 정책에 자존심이 상한 고객들이 함부르크저축은행 등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대형 은행들은 해외영업 비중이 높아 지역은행, 저축은행 등과 차별화된다. 독일 전역은 물론 해외에까지 지점망 등을 구축해놓고 원스톱으로 증권 발행, 기업 금융, 도매 금융을 제공한다. 주택 대출, 투자 및 신탁업무 등을 하는 자회사도 거느리고 있는 전형적인 글로벌 은행이라 할 수 있다.
마티아스 슈뢰더 함부르크은행 부장은 "대형 은행들은 국제 영업에 치중하기 때문에 지역 금융시장의 특성을 파악하거나 파고드는 데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고객과 대면 접촉을 많이 하고 사정도 잘 아는 지역은행이나 저축은행이 지역에선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사진설명 : 함부르크저축은행 점포의 내부와 외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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