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車 수사 주말 고비…남은 의문점

입력 2005-01-28 16:23:31

기아차 광주공장 채용비리와 관련, 부정 입사자

와 노조간부들의 자수가 잇따르면서 검찰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이었던 노조 지부장 정모(44)씨를

비롯한 일부 노조 간부와 사측 인사담당자가 직접 혹은 브로커를 통해 채용을 대가

로 돈을 받은 부분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따라 당초 수사의 초점이었던 금품수수 채용비리 부분은 대강 윤곽이 잡힌

상태로 소환이 예정돼 있는 전 공장장과 자수자를 상대로 수사가 진행되면 주말 이

후 수사는 마무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수없이 제기됐던 권력형 청탁의혹과 인사 정보가 담겨 있

을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파일 내용, 사측 임원에 대한 상납여부 및 본부노조와 본

사 개입설 등은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 '권력형 청탁' 의혹

현재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부분이 '힘있는 사람'들이 줄을 대고 채용을 대가

로 실력행사를 했는지 여부와, 했다면 누가 그렇게 했느냐는 점이다.

검찰은 사내외 추천인사 100여명중에 수 명의 고위급 인사가 들어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이들이 실제로 돈을 받았거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의 여부는 아직

캐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추천자 명단에 단순히 이름이 올랐다는 이유로 수사를 진행할 경우, 당

사자로서는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검찰도 대단히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

검찰은 일단 단순추천은 처벌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수사과정에 무리하게

청탁을 했거나 금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면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타고 심

도있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각종 리스트 존재여부

광주공장이 생산계약직 채용과정에서 작성했을 것으로 보이는 인사파일에도 여

전히 관심이 집중돼 있다.

현재 존재가 확인된 X파일은 '엑셀'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인사관리프로그램으

로, 지난해 입사한 1천79명의 신상명세, 추천인, 면접점수 등이 기록돼 있다.

이중 공개된 132명의 파일에는 추천인으로 회사 및 노조 관계자와 경찰, 노동청,

구청관계자의 이름이 간간이 눈에 띌뿐 정치인, 자치단체장, 고위공직자들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공개되지 않은 나머지 900여명의 파일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어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합격자와 청탁자 이름만 회사가 따로 관리한 명단을 검찰이 확보

한 것으로 알려져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아차 주변에서는 이 리스트가

공개되거나 밝혀질 경우 가장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노총도 회사의 인사파일을 갖고 있다고 밝혔으나 1천79명 전체 명단인지는 아

직 알려지지 않았다.

만약 민노총이 갖고 있는 파일이 1천79명의 명단이라면 추천인 모두를 갖고 있

는 셈이어서 또 다른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임원 또는 본사 개입설

브로커의 존재가 확인됐고 브로커가 광주공장 인사담당자에게 돈을 건넨 것까지

는 드러났다.

그러나 아직 이 돈이 윗선으로 올라갔는지 또는 윗선이 직접 돈을 받았는지 여

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곧 전 광주공장장 김모(56)씨를 소환,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

여 조만간 이 부분도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돈을 주고 입사한 직원들의 자수도 잇따르고 있어 사측 관계자들의 연루여부가

확인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또 지원자들에 대한 채용심사 과정에 본사 인사담당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기아차 서울 본사 관계자도 이번 채용비리에 관련돼 있을 가능성도 높다는 얘기도

계속 나오고 있다.

◆ 채용비리 금품, 노조에 들어갔나

노조 지부장이나 노조간부가 채용을 대가로 받은 돈이 광주공장 노조나 기아차

본부노조에 들어간 흔적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노조에서는 연간 수억원에 달할 정도로 노조운영비가 나오고 있는데 굳이 별도

의 자금을 들일만한 이유가 없다며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관련 '설'만 무성한 상태지만 본부노조 관계자에게 돈이 들어갔거나 아니면 노

조 운영비로 일부 사용됐을 경우에는 금품수수 부분이 개인비리에서 노조의 조직적

인 채용비리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검은 돈'이 본부노조에까지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면 채용비리에 대한 비

난이 기아차 전체 노조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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