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뷔통 지음/ 부키 펴냄

"우리가 건설하고 있는 국가를 위해서는 훌륭한 혁명가 100만명만 있으면 된다. 나머지는 필요치 않다. 우리는 한 명의 적을 살려두기보다 10명의 동지를 죽이는 쪽을 택하겠다."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즈는 '미 제국주의자'들과 '베트남 국수주의자'들에 맞서 싸웠다는 이유로 좌파 지식인들로부터 칭송받았다. 하지만 그는 일단 권력을 장악하고 나자 전 인구의 4분의 1을 학살했다. 이른바 '킬링필드'로 불리는 이 캄보디아의 참극은 극한의 이데올로기 대결이 낳은 역사적 상처로 기억되고 있다.
'유예된 유토피아, 공산주의'는 1917년 러시아 혁명에서부터 1991년 소련 붕괴에 이르기까지 세계 전역에서 벌어진 주요 사건들과 인물들에 대해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진보적 지식인들이 '킬링필드'같은 공산주의 국가내에서 벌어졌던 인권부재의 참상을 애써 무시했다고 말한다. 공산주의에 대한 고발을 자신들의 인간 평등을 향한 굳은 의지, 불의에 항거하는 거센 투쟁, 인류의 형제애에 대한 고발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것.
이 책은 또 볼셰비키 혁명 후의 공포정치와 러시아 혁명을 향한 유럽 사회주의자들의 열광, 고르바초프의 선택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저자는 "공산주의는 과거에 속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공산주의의 문제는 아직도 우리 시대의 중심에 남아있다"는 신념을 거두지 않는다. 공산주의라는 유토피아를 향한 인류 최초의 집단 모험극은 끝났지만 자본주의라는 현실 사회 속에 전 세계적인 불평등과 불의가 남아있는 한 언제든 다양한 메시아적 꿈을 탄생시킬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