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수 받을 줄 알았다

입력 2005-01-28 11:07:57

김시래 지음/세상의 창 펴냄

2003년 8월 5일 새벽 3시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이 그룹 사옥 12층에서 투신 자살했다. 그 후 1년 6개월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사건은 베일에 가려 있다. 장삼이사(張三李四)의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뭐 하나 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정몽헌 회장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문제지만 명확한 대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중앙일보 김시래 기자가 쓴 이 책은 이러한 세간의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것으로 보인다. 김 기자는 2000년 1월부터 현대그룹에 출입하면서 5년 가까이 현대그룹의 격동기를 가까이서 체험한 장본인이다. 김 기자는 정몽헌 회장 죽음의 원인을 현대그룹 왕좌 쟁탈전과 당시 권력기관과의 관계에서 찾고 있다.

김 기자는 상권에서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현대사태 전반을 추적하고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다섯 차례에 걸쳐 벌어진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골자. 정주영 명예회장을 정점으로 세 아들인 정몽헌 회장, 정몽구 회장, 정몽준 의원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하권은 '가신의 난'을 다뤘다. 대북사업을 둘러싼 의견 충돌이 핵심으로 정몽헌 회장을 둘러싼 전문 경영인들 간 갈등이 주축이다. 2002년 대선에서 이익치 회장이 왜 정몽준 회장의 앞길을 가로막았는지 궁금증을 풀 수 있다. 또 책 말미에 정몽헌 회장의 자살 후 미망인 현정은 회장과 시삼촌인 정상영 명예회장의 경영권 분쟁 과정도 밝혀져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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