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화가 치민다. 납덩이처럼 가슴을 짓누르는 이 절망감과 우울함은 도대체 무엇때문인가? 이 참담함과 어이없음과 한숨은?
'인면수심(人面獸心)'. 이 네 글자가 연일 우리의 눈과 귀와 마음을 어지럽힌다. 남편과 자녀 둘을 버리고 가출한 30대 여성이 거짓임신을 내세워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거짓말을 덮기 위해 심부름센터 직원을 시켜 모자를 납치, 20대 친모를 살해하고 아기는 제 자식인양 속여 키워온 사건은 인간이 어디까지 악랄해 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내와 어미의 자리를 새털보다 가벼이 날려버린 무책임함, 꼬리를 문 거짓말들, 양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뻔뻔함, 극단적인 이기심,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함…. 그야말로 온갖 악의 집합체다.
또 각자의 젖먹이 아기를 데리고 동거하다 살기 힘들다고 한 아이는 거리에 내버리고 다른 아이는 때리고 목졸라 숨지게 한 20대 남녀앞에선 말문이 막힌다. 며칠 전 중풍과 치매를 앓던 어머니를 목졸라 죽인 패륜아에 이어 이번엔 아버지의 수천억 원대 재산을 둘러싸고 싸우던 자식들이 사설경호업체에 의뢰해 아버지를 납치하려한 기막힌 사건도 터졌다.
'인면수심'도 오히려 과분한 인간말종들이다. 짐승도 제 새끼는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때로는 어미 잃은 다른 새끼들조차 제 젖으로 키운다. 아무리 포악한 짐승도 제 어미아비는 알아보고 따른다.
손녀뻘의 10대 양녀를 상습 성폭행해온 70대 노인에 관한 뉴스엔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다. 조용히 여생을 마무리해 나가야 할 나이에 철창 신세가 됐으니 그의 일흔 인생은 벌레보다 못하게 됐다.
몬도가네류의 영화도 꺼릴만큼 엽기 그 자체인 군(軍) 인분사건. 손가락으로 인분을 찍어먹게한 사건이 사람들을 경악케 하더니 어저께는 10년전 어느 군대에서 훈련병들에게 인분으로 세수하게 하는 사진이 공개돼 충격을 더해준다. 게다가 "나도 예전에 이렇게 당했노라"는 소리가 잇따르고 있어 우리를 황당케 한다. '인분 가혹행위' 피해 훈련병 중 일부가 밥도 못먹을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추진 중이라하니 파장이 예상된다.
자고 일어나면 기다렸다는 듯 사건들이 터진다. '문 밖이 지옥'이라더니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다. 최근 국제기후변화 태스크포스팀이 "지구온난화를 이대로 두면 10년 뒤 전 세계에 대재앙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10년까지 갈 것도 없이 당장 이 나라가 어찌될 것 같은 위기감마저 느끼게 한다.
"왜 우리사회는 이렇게 차오? 훈훈한 기운이 없소?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세상을 만들어야 겠소"라던 도산 안창호 선생에 안타까운 호소가 들려오는 듯하다.
유령처럼 떠도는 반인륜과 패륜범죄, 가학적인 짓거리들. 이 미친 질주들 이젠 멈추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방관하는 것은 죄악이다. OECD 국가면 뭣하며, 2만달러 소득을 이룬다면 뭣하나.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사건들로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평생 가슴에 무덤을 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한 부(富)와 명예와 그 어떤 것들도 의미가 없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로 시작되는 노래가 휴대전화 컬러링으로 인기 높다. 자기 존재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노래다. 이 노래 구절처럼 우리 모두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며, 그 사랑의 끈을 마음대로 자를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인면수심'이 거듭되면서 한 글자가 더 붙기 시작했다. '또 인면수심'. 냉혹한 인간세상과 달리 계절은 어느덧 겨울의 끝자락에 와있다. 며칠후면 입춘(立春). 차가운 땅 아래선 새 생명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성과 윤리 실종의 '인면수심' 네 글자를 이젠 지구 밖으로 추방해 버리자. 그래서 "자신이 대우받고 싶은 만큼 남을 배려해야 한다(Do as you want to be treated)"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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