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만의 귀향…꿈만 같아요"

입력 2005-01-27 11:36:04

"아버지. 어머니 교태가 살아돌아왔습니다. 못난 자식 술잔 받으십시오."

탈북 국군 포로 남교태(75)씨는 26일 6.25전쟁 이후 53년 만에 처음으로 고향인 포항시 북구 죽장면 매현리에 있는 부모님 산소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22살 청년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남씨는 당시 중공군에 포로로 잡혀 50년간 함경북도 아오지 탄광에서 광부로 일했다.

25일 6.25 전쟁 당시 소속했던 6사단 16연대에서 전역식을 마친 남씨는 이날 밤늦게 장조카가 있는 경주시 안강읍 한 아파트의 고향에서 첫 밤을 보냈다.

"군대 갈 때까지 전깃불, 기차하나 못 봤는데 지금 남한의 생활상을 보니 천지 개벽한 것 갔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습니다." "빨리 평화적으로 통일돼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데리고 오는 게 남은 마지막 희망입니다."

남씨는 지난해 10월 처와 아들, 손자 등 17명의 가족을 아오지 탄광이 있는 함경북도 은덕군 은덕읍에 남겨 두고 혼자 두만강을 넘어 탈북했다. 남씨는 1952년 8월 신체검사를 받고 제주도에서 신병훈련을 마친 후 다음해 3월1일 부산 동래 보충대에 입대, 하사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 참전 당시 남씨는 일찍 사망한 큰 형의 형수와 조카들과 함께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으며, 중부전선에서 중공군에 의해 포로로 붙잡혔다.

남씨는 "윗 형은 전쟁 바로 직전인 50년 4월에 휴가왔다 그 뒤로 소식이 끊겼으니까 아마 전쟁 때 죽었을 겁니다"고 말했다. 남씨는 "중국으로 탈북, TV를 통해 남한의 생활상을 처음 봤습니다. 데모하고 대통령이 사과하는 남한 모습을 보고 한동안 거짓말인지 알았습니다"며 "하지만 이렇게 직접 남한에 와 보니 사실인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도당책임자도 이런 아파트에 못 산다"며 "남한은 북한에 비하면 지상낙원"이라고 말했다.장조카인 상진(62)씨는 "당분간 내 집에서 머물다 가족들과 협의 후 삼촌을 어디로 모실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남씨는 28일 죽장면사무소에서 있는 환영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6남매의 다섯째인 남씨는 현재 죽장면과 영천에 누나(80)와 여동생(73)이 살고 있다.

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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