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입력 2005-01-27 08:51:35

지난 밤 싸락눈 내린

좁은 뜰 서성이다 잠들었더니

밤새껏 눈 많은 이북

고향꿈 설쳤습니다

새벽에 눈 떠 좁은 뜰 내려섰더니

지난 밤 서성이던 내 발자국

대문 열고 밖으로 나간 것을 보았습니다

그 발자국 따라 마을 지나 들 넘고 산 넘고

허이연 나무숲도 지나갔더니

허이옇게 허이옇게 허이옇게 얼어붙은 임진강

발자국은 못 건너는 그 강도 건너가고 있었습니다

전봉건 '발자국'

진눈깨비 내려 지하차고에 내려가 차를 대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얀 눈 위에 구두 발자국/ 바둑이와 같이 간 구두 발자국'. 동요가 생각나는 눈 내린 아침은 상쾌했습니다.

정원으로 나가 뽀드득, 한번 눈을 밟아보았습니까. 전 시인의 고향은 이북입니다.

눈 내린 아침 그분은 걸어서 임진강을 건너갔습니다.

아니, 못 건너갔지만 선명하게 나있는 발자국 두 줄은 분명히 그 강을 건너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분은 꿈의 시인입니다.

눈 내린 아침은 아픔도 휴전선도 없습니다.

하나로 순결하게 덮여 숨 쉬고 있습니다.

박정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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