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돌탑 앞에 섰다. 크기도 높이도 다른 80여개의 돌탑들이 마이산 아래 탑사 골짜기를 빼곡하게 채웠다. 외줄탑과 원뿔탑 등 생김새도, 쌓아올린 양식도 제각각. 탑사로 들어서는 순간 터진 탄성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이지만 놀라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 중에서 대웅전 뒤의 부부탑인 천지탑(天地塔)이 일품이다. 오행을 뜻하는 다섯 개 탑의 호위까지 받는 위엄이 있다. 제일 위쪽에서 아래의 모든 탑들을 호령한다. 다듬지 않은 돌을 하나하나 원형으로 쌓아올라가다가 중간에 합쳐졌다. 틈새하나 없이 짜맞춰 정교하고 완벽하다. 반면 대웅전 앞쪽의 돌탑들은 외줄로 하늘을 찌를 듯 서있다. 자연석을 생긴 모양 그대로 차곡차곡 쌓아올렸을 뿐. 언뜻 보면 한줄기 바람에도 금방 무너져내릴 것만 같다. 하지만 100여년동안 그 어떤 강풍에도 견뎌왔다.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는 않는 신비의 돌탑이다. 돌탑을 쌓으면서 수많은 신비와 전설, 역사를 담았기 때문이리라. 자연이 만든 걸작이 마이산이라면 이 돌탑들은 인간이 만든 걸작품이다.
탑사를 한바퀴 돌고 나면 놀라움은 의문으로 바뀐다. 누가 왜 이 많은 돌탑들을 세웠을까. 이 탑들은 전북 임실 태생의 이갑룡 처사가 1900년대 초에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나라를 위해 마이산으로 모인 기운을 다스리려고 탑을 세웠다는 이야기도 있다.
탑사 왼쪽의 암마이봉 절벽도 신비감을 더해주는 볼거리다. 폭격을 맞은 듯 움푹 팬 자국들이 선명하다. 능소화 한 그루가 이 절벽을 기어오른다. 모진 비바람에도 꺾이지않는 능소화는 돌탑의 신비를 그대로 닮았다.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매일신문 홈페이지(www.imaeil.com) 기자클럽 '박운석의 콕찍어 떠나기'를 클릭하시면 '마이산, 신비를 찾는 여행'에 관한 좀더 상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대웅전을 중심으로 수많은 돌탑들이 도열하고 있는 마이산 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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