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친화적 공간으로..."
의료계가 급변하고 있다. 의료시장의 개방, 의료기관의 경쟁, 의료를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는 시각 등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의료에 대한 환자들의 태도도 바뀌고 있다. 의료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과거 보다 개선되면서 의사의 진료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환자에서 본인의 질병 양상에 대해 설명하고 특정 진료를 요구하는 능동적인 환자로 바뀌었다. 매일신문은 지역 의료계의 경쟁력과 변신 노력 등을 소개하고, 의료 정보르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는'메디컬 특집'을 마련했다.
지역 병원계에 치열한 생존경쟁이 불어 닥치기 시작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고속철(KTX) 시대를 맞아 암과 같은 중증 환자와 부유층 환자들의 서울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서울과의 경쟁만이 아니다. 환자 유치를 위한 경쟁은 지역 내에서도 불꽃을 튀기고 있다. 앉아서 환자를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다. 의료기관의 수는 늘어났고, 서비스도 훨씬 좋아졌으며 환자의 선택 폭은 그만큼 넓어졌다.
■빠져나가는 환자들
'암 진단은 대구에서 받고, 수술은 서울에서 한다','대구 환자는 서울로, 서울 환자는 외국으로'. 한때 '한강 이남에서 최고'란 명성을 자랑하던 지역 대학병원의 이름이 빛을 바래가고 있다. 대규모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서울의 대형병원들은 흡사 블랙홀과 같이 좋은 의료진과 시설로 지방 환자들을 블랙홀 같이 빨아들이고 있다. 몇 년 전 만해도 환자의 서울 유출은 지역에서 해결되지 않는 환자나 일부 부유층 환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나빠지고 있다. 심지어 암 진단만 받으면 서울의 큰 병원을 찾는 이른바'묻지마 서울행'까지 생겨날 정도다.
중앙암등록본부의 2002년 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암 발생 건수는 1만2천310건이다. 이 가운데 지역 병원에서 치료받는 경우는 1만8건. 나머지 2천300여건은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질병 치료가 아닌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서울을 찾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 서울 ㅅ병원에는 연간 1천여명의 대구'경북 사람들이 100만원대 이상의 고급 검진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옮기고, 넓히고
계명대 동산병원은 1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동산동 시대를 접고,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성서캠퍼스로 병원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새 병원의 규모는 1천여 병상이며, 암 등 특정질환 전문센터 2, 3개를 신설, 차별화하기로 했다. 이르면 올해 말쯤 착공해 2009년 3월 문을 열예정이다.
권태찬 건립추진본부장은"병원 이전 사업은 의료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고 환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병원 설립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공간 여유가 전혀 없어 증'개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북대병원은 북구 학정동에 칠곡분원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말 착공해 2007년말 완공할 예정이다. 300~350병상 규모의 분원은 지역거점 암센터(유치 신청), 만성질환이나 노인성질환 전문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조만간 병동과 연구동 기능을 갖춘 건물을 신축, 2008년 완공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병상이 400여개 늘어나 총 병상 수가 대구'경북에서 최대 규모인 1천146병상으로 거듭난다. 지방공사인 대구의료원은 2007년쯤이면 병상 수 1천여개(현재 402개)의 대형병원이 된다. 뇌혈관환자, 장애환자 등을 위한 특수질환센터와 치매노인병원을 신축하기 때문이다.
■첨단장비 들여놓고, 진료시스템 바꾸고
지난해 대구의 대형병원들은 첨단 암 진단 장비인 PET-CT를 앞다퉈 도입했다. 그동안 지역에는 이 장비가 없어 상당수 환자들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현재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등이 PET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지난해 첨단 뇌수술 장비인 감마나이프를 도입한데 이어 조만간 PET를 가동할 예정이다.
진료시스템이 진료과 중심에서 질환별 센터로 변화하고 있다. 질환별 센터는 해당 질환과 관련된 진료과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환자를 치료하는 시스템이다. 환자는 여러 과를 전전할 필요 없이 종합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해 6월 설립된 대구파티마병원 의 탈장센터, 앞서 설립된 영남대병원의 뇌졸중센터 등이 최근 사례이다.
■환자 유치 안간힘
환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활동이 활발해 졌다. 의원, 중소병원에 비해 느긋했던 대학병원을 포함한 대형병원까지 환자 유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지난해부터 전국 대학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병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신문 광고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다른 종합병원들도 신문 광고를 게재하고 있거나 검토 중이다.
또 대부분 대형병원들은 백화점과 전략적 업무 제휴, 순회 버스 운행, 다중이용 시설과 복지관 등에서 이뤄지는'찾아가는 건강강좌', 환자 유치를 위해 직원들에게 인센티브 제공 등의 마케팅을 하고 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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