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주머니를 잡아라-실버산업은 골드산업!

입력 2005-01-25 09:01:02

요즘 롯데백화점 대구점 2층 실버웨어 전문점에는 늘어나는 할머니 고객들로 웃음꽃이 넘친다.

이본, 리베도 등 2곳의 실버웨어 전문점을 입점시킨 롯데백화점은 개장 초반 노년층을 타깃으로 한 매장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졌었다.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

이곳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구매력을 갖춘 50, 60대 이상 노년층. 매장 관계자는 "주로 개성을 중시하고 경제적 여유를 가진 노인들이 즐겨 찾는다"며 "매년 20∼30% 정도의 매출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남성복 코너에도 마찬가지 변화가 생겼다.

최근 들어 기성복 매장에 맞춤정장 코너를 확충하는 등 어르신 고객 모시기에 힘을 쏟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상인점에는 마에스트로, 로가디스 등 10여 개 매장에서 맞춤코너를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노심(老心)을 잡아라

어르신용 기저귀, 아버님을 위한 온열기, 3세대형 아파트, 혈당 체크 기능이 있는'당뇨폰', 글씨가 4배나 큰 컴퓨터 키보드, 액정과 버튼이 큰 휴대전화 등….

노심을 잡기 위한 노력은 의복, 아파트뿐만 아니라 IT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난해 7월 선보인 삼성 'CEO폰'은 노인들이 누르기 편하도록 버튼을 키운 데다 기존 휴대전화 글자 크기보다 1.5배 정도 큰 '큰 글씨 보기 기능' 등 노인들에게 적합한 부가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당뇨폰'은 혈당측정은 물론 운동관리, 식이요법, 투약관리 등이 가능해 노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처럼 노인들을 위한 '효도폰'은 휴대전화 매장에서 인기상품 중 하나.

대구 동성로 휴대전화 골목에 위치한 ㅅ휴대전화 직영점 강필성 부장은 "최근 CEO폰, 당뇨폰, 웰빙폰 등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부모님 선물용으로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다.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의료기기나 맞춤 양복 등을 찾는 노년층도 꾸준히 늘고 있는 편.

ㅁ의료기기 범어점 이영숙씨는 "매장에서 체험마케팅 등을 꾸준히 해온 결과, 200만 원 이상의 고가 온열기를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또 기성복에 밀려 한때 주춤했던 양복 맞춤점에도 노년층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ㄱ양복점 안병수 대표는 "등이 굽거나 체형 변화가 큰 노년층 고객들이 맞춤양복을 선호해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고 했다.

대구도시개발공사는 3대 가족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실버형 가족아파트'를 내년 7월 선보일 예정이다.

'3세대형 아파트'라고 일컫는 이 아파트는 기존 평형에 8∼9평을 덧붙이고 출입구를 2개로 설계, 부모와 자녀세대가 별도의 주거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왜 어르신 마케팅인가

어르신마케팅이 주목받는 이유는 노인인구가 급속도록 증가하면서 노년층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는 지난해부터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20년에는 노인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설 전망이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실버산업의 규모는 25조 원이고 2010년에는 37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노령화사회가 가속화하면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실버산업은 황금시장으로 부상할 수 있는 유망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에서도 지난해 7월 실버산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15년 뒤에는 실버산업이 국가 성장동력을 유지하는 신산업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추세 속에 최근 국내 한 실버업체가 노인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 이상 노인이 '통크족(Two Only, No Kids)'을 희망했다.

손자·손녀를 돌보는 데 시간을 빼앗기는 전통적인 역할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인생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실버형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인 대구도개공 기획실 이정인 대리는 "고령화 사회 도래로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간 갈등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라면서 "자녀들과 같이 지내기 껄끄러운 노인들을 위해 '실버형 가족아파트'를 시범 분양하게 됐다"고 했다.

대구·경북에서 어르신마케팅은 아직 미성숙 단계지만 경제력 있는 노년층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실버타운, 보험·금융상품, 노인 레크리에이션, 노인 안전확인 사업 등 노인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은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대구경북연구원 양성평등연구센터 이미원 센터장은 "자녀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 생활을 하는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노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상품, 서비스 제공 사업은 향후 기업들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전망"이라고 했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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