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중은행들이 외국 자본의 인수 러시 속에 부실채권과 카드미수금 부담에서 차츰 벗어나면서 올 들어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중소기업 여신이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4일 전망했다.
저널은 '외부로부터의 경쟁과 여신 위기가 한국 은행의 수익 전망에 먹구름으로 작용'이란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이렇게 내다보면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여신이 금융주 상승의 발목을 잡는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이 제일은행 인수에 합의하고 씨티그룹도 한미은행을 매입하는 등 외국 자본의 한국 금융산업 진출이 최근 가속화돼 왔다면서 이에 따라 지난 97년 4.2%에 불과하던 외국 자본의 한국 시중은행 지분율이 지난해 10월 현재 21.8%로 급증했음을 상기시켰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신상품을 도입하고 비즈니스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등 외국은행들과 싸워 이기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주력해 왔음이 지적됐다.
삼성증권의 박소영 애널리스트는 저널에 "외국은행들의 본격 진입으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시중은행들의 마진이 박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고객의 8~10%를 외국은행들에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저널은 시중은행들이 지난 97~98년의 금융위기 와중에 통폐합과 외국자본 차입 등을 통해 나름대로 자생력을 강화하기는 했으나 충분치 못한 상황이라면서 한 예로 국민은행이 대대적인 감원을 위해 노조와 협의 중임을 상기시켰다.
또 지난해의 심각한 신용카드 위기를 겪으면서 국민은행과 우리금융 등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보강하고 고객신용 체크도 강화했다면서 그 덕분에 올 들어 우리은행이 4.6% 상승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왔음을 신문은 지적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런 추세 속에 7대 시중은행의 올해 순익이 지난해보다 69%가량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여신이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인 수출수요 증가 둔화와 달러 약세가 올해 중소기업 수익에 타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경기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여신에 대한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씨티그룹 산하 스미스 바니의 대니얼 유 애널리스트도 지난해 12월분 투자 분석가이드에서 "과거 2년간은 부실 카드여신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중소 제조업체 여신이 시중은행의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2004년 4.6%인 것이 2005년에는 3.3%로 더 위축될 전망인 것도 시중은행 중소기업 여신 관리에 부정적인 변수가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19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여신은 잔고 기준으로 지난해 9월 말 현재 248조7천억 원으로 한 해 전에 비해 4.6%가량 증가했다.
은행 별로는 우리은행의 전체 여신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46%에 달했고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34%와 29%로 뒤를 이었다.
저널은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여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은행이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예대 금리차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산관리 컨설팅과 온라인 뱅킹 등을 통해 수수료 수입을 높이는 노력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시중은행의 이런 노력이 과연 외국은행의 거센 도전을 이겨내기에 충분한 것인지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향후 몇 달 사이 시중은행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내다본다고 저널은 분석했다.
삼성증권의 박 애널리스트는 "시중은행들이 올해는 중소기업 여신을 가급적 줄이는 대신 가계 대출과 모기지론 쪽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으로 분석되는 점도 시중은행들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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