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시민사회수석 내정 배경과 과제

입력 2005-01-24 13:52:45

이강철(李康哲) 열린우리당 집행위원이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2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면담을 거쳐 단수 후보로 내정된 이 위원은 24일 오후 인사위원회를 거쳐 시민사회수석으로 임명될 예정이다.

이 수석 내정자로서는 58년 인생에서 첫 직장생활이며 지난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지 꼬박 9개월여만에 청와대에 들어가는 셈이다.

시민사회수석은 우리 사회 각계 각층의 갈등을 조정하고, 건강한 시민사회가 되도록 시민단체의 여론을 들어 국정에 반영하는 것이 주업무다.

미군기지 평택 이전, 원전수거물센터 건립, 새만금 간척지 개발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많다.

정부와 국민 간, 국민과 국민 간, 정부와 지자체 간의 갈등 등 일을 하려고 하면 한없이 많고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좀처럼 빛이 나지 않는 자리다.

그래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전임자인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에 이어 궂은일을 묵묵히 할 수 있는 최측근인 그를 이 자리에 앉힌 듯하다.

노 대통령과 이 위원은 10년 넘게 함께 호흡해 눈빛만 봐도 서로 알 수 있는 사이여서 궂은 자리라도 편안하게 맡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위원은 "능력도 경력도 일천한데 중책을 맡게 돼 영광"이라며 "묵묵히 대통령을 보좌해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에겐 과제도 있다.

품성이 곧고 담백해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세련되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탓이다.

그의 지인들은 이에 대해 "이 위원의 이름 '강철(康哲)'처럼 편안하고 지혜로운 사람인데 무쇠처럼 강한 '강철(强鐵)'로 오해한다"고 했다.

'능력'은 최근 열린우리당 집행위원으로서 검증된 측면도 없지 않다.

집행위원은 과거의 최고위원으로 명실상부한 당 지도부다.

열린우리당 당직자들은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회의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했다"며 "그러나 보고 내용을 짧은 시간에 듣고도 완전히 파악, 회의를 부드럽고 원만하게 진행해 결론을 내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전했다.

그의 지인들은 "현안에 대한 감각과 판단력이 뛰어나다"고 그를 추켜세운다.

시민사회수석이 갈등조정이 주 업무라면 최적격이라는 것이다.

그에겐 대구·경북의 기대도 부담이다.

시민사회수석은 특정 지역을 위해 일하는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대통령 최측근인 그가 활력을 잃은 지역을 위해 일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위원은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열심히 하겠다"면서 "대구도 '삼성의 날'을 정한 광주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계성고와 경북대를 졸업한 그는 민청학련 사건으로 7년8개월간 옥고를 치렀고 총선에 4번 출마해 모두 낙선했다.

유인태 의원 등 다른 민청학련 연루자들 대부분이 여러 차례 국회의원에 당선돼 명예를 회복했으나 대구는 소수자인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던 셈이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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