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끝없는 이야기

입력 2005-01-24 11:20:07

옛이야기 좋아하는 사람, 자꾸자꾸 들어도 또 듣고 싶은 사람, 몽당비처럼 짧은 것 말고 바지랑대처럼 기다란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은 오늘 아주 수가 났네. 이제부터 끝없이 긴 이야기가 나올 테니.

옛날에 옛날에 어떤 사람이 호박을 사러 먼 데로 갔지. 산을 넘고 물을 건너고 또 산을 넘고 물을 건너고, 가다가 가다가 어찌나 멀던지 가는 동안에 호박 살 돈을 다 써버렸네. 이크 이거 안 되겠다고 그때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돈을 벌었지. 남의 집 머슴도 살고 날품도 팔고 등짐장사도 하고, 이렇게 한 푼 두 푼 모아서 여러 해 동안 큰 돈을 벌었다네.

그 돈을 가지고 또 호박 파는 데로 갔지. 산을 넘고 물을 건너고 또 산을 넘고 물을 건너고, 자꾸자꾸 가니까 높은 산이 나오더래. 산에 올라가고 또 올라가고 자꾸 올라갔지. 구름보다 더 높이 올라가니까 호박 파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는 이 세상 호박을 다 모아 놓은 것처럼 호박이 많더라나. 가진 돈을 다 주고 그 중에서 제일 큰 호박을 샀지.

호박을 사긴 샀는데, 아 그것이 어찌나 큰지 이고 갈 수도 없고 지고 갈 수도 없어서 하는 수 없이 굴려서 가기로 했대. 그런데 호박이 어찌나 큰지 혼자서는 아무리 용을 써도 굴릴 수가 없더래.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그걸 보고 자기도 도와주겠다고 해서, 둘이서 힘을 합쳐 굴렸지.

그런데 호박이 어찌나 큰지 둘이서 굴려도 옴짝달싹을 하지 않네.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그걸 보고 자기도 도와주겠다고 해서, 셋이서 힘을 합쳐 굴렸지.

그런데 호박이 어찌나 큰지 셋이서 굴려도 옴짝달싹을 하지 않네.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그걸 보고 자기도 도와주겠다고 해서, 넷이서 힘을 합쳐 굴렸지.

그런데 호박이 어찌나 큰지 넷이서 굴려도 옴짝달싹을 하지 않네.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그걸 보고 자기도 도와주겠다고 해서, 다섯이서 힘을 합쳐 굴렸지.

그런데 호박이 어찌나 큰지 다섯이서 굴려도 옴짝달싹을 하지 않네.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그걸 보고 자기도 도와주겠다고 해서, 여섯이서 힘을 합쳐 굴렸지.

그런데 호박이 어찌나 큰지 여섯이서 굴려도 옴짝달싹을 하지 않네.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그걸 보고 자기도 도와주겠다고 해서, 일곱이서 힘을 합쳐 굴렸지.

그런데 호박이 어찌나 큰지 일곱이서 굴려도 옴짝달싹을 하지 않네.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그걸 보고 자기도 도와주겠다고 해서, 여덟이서 힘을 합쳐 굴렸지.

그런데 호박이 어찌나 큰지 여덟이서 굴려도 옴짝달싹을 하지 않네.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뭐? 알았다고? 지나가던 사람이 그걸 보고 자기도 도와주겠다고 해서 함께 굴렸는지 안다고? 어서 그 다음 이야기를 하란 말이지? 그러지 뭐.

그래서 사람이 개미처럼 많이 달라붙어서 힘껏 미니까, 그제야 호박이 슬슬 굴러가더래. 한번 굴러가기 시작하니까 잘도 굴러가네. 데굴데굴 구르고 데굴데굴 구르고, 또 데굴데굴 구르고 데굴데굴 구르고…….

산이 어찌나 높은지 데굴데굴데굴데굴 데굴데굴데굴데굴 자꾸자꾸 굴러가네. 아직도 굴러가네. 그 때 굴러가던 호박이 아직도 굴러가네. 아직도 굴러가.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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