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간부 "돈 받았다" 시인

입력 2005-01-24 08:07:14

친인척 채용도 일부 확인…24일 검찰출두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 간부 A(44)씨가 비정규직 채용 과정의 금품수수 의혹을 간접적으로 시인해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24일 검찰에 출두하겠다고 밝힌 A씨가 자신의 혐의 외에 회사 및 다른 노조 개입설과 브로커 연루설 등에 대해 어떤 진술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A씨 외에 다른 노조 간부나 회사 관계자들의 본격 소환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또 노조 간부 친인척 채용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고 있고 본부 노조가 사전에 이같은 비리를 인지하고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어 이 부문에 대한 검찰의 수사 내용도 주목된다.

◆A씨 돈 받은 사실 시인

기아차 광주공장 직원 채용 비리의 핵심인 광주공장 노조 간부 A(44)씨가 돈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이같은 사실은 23일 기아차 노조위원장 박홍귀 위원장과 연합뉴스 기자와의 인

터뷰 과정에서 드러났다.

박 위원장은 전날 오후 A씨를 만나 이번 사태와 관련 기아차 노조 대응 방향 등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A씨는 7-8명의 입사자 부모 등으로부터 1억8천여만원을 받

았다고 시인했다.

A씨는 또 한 취업 희망자 부모가 자신을 찾아와 2시간여 동안 무릎을 꾾고

청탁을 했고 신문지로 싼 돈다발을 놓고가 어쩔 수 없이 받았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도덕적 불감증에 빠지게 됐다는 사실도 실토했다.

A씨가 검찰 출두에 앞서 박 위원장을 만나 모든 사실을 털어놓은 것은 이미 수

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커져가는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도 떳떳이 밝히

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A씨가 박 위원장에게 한 말로 미뤄 지난해 5-7월 자신의 동생 명의 통장에

입금된 1억8천만원의 돈이 채용 사례금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A씨 24일 출두 및 관련자 소환조사 임박

이번 사건의 핵심인 A씨가 24일 검찰에 출두한다.

A씨는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출두 의사를 검찰에 알렸고 전날 만난 박 위원장에

게 "출두 후 모든 사실을 밝히겠다"고 한 만큼 출두 의사는 분명해 보인다.

검찰은 A씨가 출두하는대로 채용 비리에 연루된 인원과 돈의 규모, 회사 관련

여부, 브로커 개입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전날 광주공장에서 압수한 인사.노무 관련 서류와 디스켓 등

에 대해 정밀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직원 채용과정에서 사측이 노조에 20% 안팎의 추천인원을 할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직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확인작업에 나섰다.

지금까지 10여명의 회사 관계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 검찰은 A씨에 대한 조사와 동시에 다른 노조 핵심 간부와 회사 인사 담당자

들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소환조사를 벌여 혐의가 드러나는대로 사법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들에게 근로기준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노조 간부들 친인척 20-30% 채용 일부 확인

검찰은 광주공장 노조 간부들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그들의 친인척 및 지인

들을 20-30% 채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취업한 생산직 직원 K씨는 노조 간부의 친동생인 것으로 확인됐

다.

이에 따라 검찰은 A씨 외에 다른 노조 간부들이 금품을 대가로 한 채용 비리에

개입됐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자신의 친인척을 입사시키기 위해 회사측과 어떤 거래

를 했는지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게 됐다.

이와 함께 기아차 노조가 지난해 12월 정기 대의원대회를 포함해 3차례나 입사

관련 진상규명대책 수립건을 논의한 것으로 밝혀져 본부노조가 지난해부터 광주공장

의 채용비리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공장 노조지부도 지난해부터 조합원들의 진상규명 요구를 계속 받아왔으나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기아차 본부노조의 묵인이나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도 검토되

고 있다.

◆민노총 및 기아차 본부노조 대응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 간부의 채용 비리와 관련, 민주노총 등 이 지역노동

계도 유감을 표명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민노총은 21일 논평을 통해 "최근 기아차 입사 비리를 둘러싸고 노조 간부가 연

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민노총은 오는 25일 자체 진상조사단을 광주에 보낼 계획이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 지난 20일 집행부 간부 200여명이 총사퇴한 기아차 노

조는 24일 소하리공장에서 노조 집행부 총사퇴와 관련한 대의원 대책회의를 열 예정

이다.

기아차 노조는 24일 회의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등 향후 지도부 구성문제를

논의를 할 예정이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대국민 사과 성명도 발표할 것으로 알려

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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