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 주변에서는 '한나라당이 안되는 몇가지 이유'란 루머가 돌고 있다. 당 지도부·의원에 대한 비판은 물론 당의 특성까지 예리하게 꼬집는 얘기다. 풍문이라며 흘려 보낼 수 있지만 당내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기자들까지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다.
한나라당이 안되는 대표적인 이유는 익명성을 좋아하는 의원들의 습성이 꼽혔다.
열린우리당은 어느 의원을 만나 얘기해도 대화 말미에 기자들이 '실명으로 써도 좋으냐'고 물으면 '당연히 그렇게 해 달라'고 하지만 한나라당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많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몇 시간이나 털어놓으면서도 대화 말미에는 "내가 했다고는 쓰지 마소"라며 '간절히' 부탁한다.
이러다 보니 신문 기사를 보면 열린우리당은 의원들의 실명이 많은 반면, 한나라당은 '영남권 한 의원' '모 중진의원' 등 익명을 사용한 부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또 이 때문에 기사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당내 여러 의견이 공론화되기 전에 묻혀 버려 당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어렵다.
한나라당이 안되는 또 다른 이유는 여당과 비교해 책임지는 모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이 몇 차례에 걸쳐 지도부를 전면 교체한 것에 비하면 한나라당 지도부는 요지부동이었다.
특히 4대 입법 협상 결과에 책임을 지고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모든 당직을 던진 반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는 내부 불만을 '봉합'하는데 치중했다. 일부에서는 지도부가 자리를 내놓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영남권 중진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 측의 불만이 잠잠해질 수도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얘기들은 루머에 불과하지만 곱씹을수록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박상전기자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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