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딸 앵벌이…대구 아동학대 급증

입력 2005-01-21 10:58:58

작년 171건…2003년보다 2배나

생후 18개월된 민성(가명)이와 7개월 여동생 민주(가명)는 밤마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거리로 나간다.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버지 곁에서 또는 그 주위에서 뛰놀다가 밤 늦게 집으로 돌아온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 남매는 찬바람을 맞으며 행인들에게 구걸을 하는 '앵벌이'용이다.

민성 남매는 출생신고조차 안돼 있다. 남매의 아버지, 어머니는 혼인신고도 않고 동거를 하다 이들을 낳았다. 그리고 얼마 전 어머니는 집을 나가 버렸다. 아버지도 1년 전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일거리가 끊겨 버렸다. 이들을 보다못한 이웃이 최근 대구아동학대예방센터에 신고했다.

경기침체로 가정 해체 사례 등이 늘면서 가정에서 학대받거나 버림받는 아동이 급증하고 있다. 20일 대구아동학대예방센터에 따르면 2004년 한해 동안 아동학대 신고는 모두 298건으로 2003년의 225건에 비해 73건이 늘었다. 특히 신고 사례 중 현장조사를 통해 아동학대로 판정된 경우가 171건으로 2003년 97건보다 두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구타 등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가 201건(중복 학대 포함)으로 가장 높았으며, 방임도 22건이 늘어난 60건에 이르렀다. 또 피해 아동의 연령은 초등학생 89건, 미취학 아동이 29건, 중학생 이상 53건으로 나타나 방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어린 아동의 학대가 특히 심했다.

또 이혼으로 인한 편부·편모 가정에서 발생한 피해가 5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가출로 인한 편모 가정이 12건, 별거로 인한 편모가정 4건 등으로 나타나는 등 해체된 가정에서 발생한 아동학대가 지난해 91건으로 2003년의 56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아동학대예방센터 문희영 대리는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신고율이 높아진 점도 있지만, 계속된 경기 침체로 먹고살기 힘들어지면서 가정 자체가 해체되면서 피해 사례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