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준비된 자에겐 위기 없다"

입력 2005-01-19 11:31:46

우리 경제사회 곳곳에서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한 해 동안 10조 이상의 이익을 내 전 세계 톱 5에 해당하는 100억 달러 클럽에 가입한 기업이 탄생했다. 반면, 다가오는 설 명절에 밀린 임금을 걱정하는 기업들도 있다. 슈퍼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 수도권과 지방, 그 격차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탓에, 요즈음 여기저기 양극화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크다.

양극화 과정에서 하부층이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 내수업종, 시골지역 등에 소속된 기업들은 그저 생존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투덜거리기만 하는 기업은 불행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개인이나 지역에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양극화라는 도전을 위기로 맞을 것이 아니라, 기회로 삼을 수 있게 하는 4S―전략(strategy), 강점(strengths), 혁신과 학습(study), 지속성(sustainable)-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희망을 가지고 이를 실현할 전략(strategy)을 구체화하라. 미래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을 가지고 이에 대한 실행 전략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갈 길이 멀고 험하다고 하여 마냥 걱정만 하고 있을 것인가.

도착지까지의 지형지물에 대하여 철저하게 분석하고 정확한 전략지도를 마련해야 한다. 전략을 구체적인 지표로 나타내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면 조직 전체가 전략지도에 따라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

전 사적으로 핵심성과지표 서너 개를 정하고, 이에 바탕을 두고 각 사업부 성과지표를 정하고, 이를 다시 사업부 내의 팀별 성과지표와 정렬시킴으로써 조직 전체가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전략집중형 기업을 만들어 가야 한다.

둘째, 내부의 강점들(strengths)을 찾아내 최대한 살려 나가라. 기업 내부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핵심역량을 찾아내 이를 집중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급변하는 사업환경과 경쟁판도에서 외부적인 충격을 견뎌낼 수 있는지 여부는 핵심역량에 얼마나 집중해 왔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재무제표 분석조사에서 핵심역량에 집중해온 기업들의 경영성과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수익률이 7%포인트 높고, 1인당 기업가치는 4배가량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은 핵심역량이 아닌 것으로 확정된 업무 영역은 과감하게 관련 전문기업에 아웃소싱해 왔다. 그 결과 몸집이 가벼워져서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경기 변동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고정비 대비 변동비 비중이 작아야 한다. 즉, 매출수익이 생길 때에만 비용이 발생하는 모델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아직 크게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매출액 대비 고정자산의 비율이 낮을수록 유연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전기전자 산업의 경우, 국내 선도기업이 52%인데 비해 국내 산업 평균은 80%에 이르는 비만도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시장에 연간 160억 달러 이상을 판매하며 높은 시장가치를 보이고 있는 일렉트로룩스(Electrolux)사의 경우 비만도가 20%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셋째, 혁신과 학습(study)을 통하여 철저하게 준비하라. 기업들은 평생학습기업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생산요소 투입량을 늘려 성장하는 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생산성 향상을 통한 질적 성장은 종업원들의 역량강화에서 출발하고 이는 평생학습체계의 구현으로 가능할 것이다. 직장 내부, 산업별로 현재와 미래의 필요한 기술이나 역량 격차를 메우기 위한 체계적인 학습을 통하여 사람입국을 지향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이 국내총생산에 기여하는 비중이 21%로, 프랑스와 영국의 50%나 독일의 62%에 크게 뒤지고 있는 실정이다.

넷째, 지속적인(sustainable) 변화를 꾀하라. 일시적이거나 의례적인 혁신이나 변화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혁신에 성공한 글로벌 기업들은 변화와 혁신을 지휘하고 지원하기 위해 전담 팀을 두는 등 변화를 일상화하고 있다.

한 달여 뒤 필자가 다시 글을 쓸 무렵엔 걱정의 소리보다 준비의 소리가 가득해지길 기대해본다. 늘 깨어서 준비하는 지역, 기업, 개인에게 위기는 없다. 오직 기회가 있을 뿐이다.

최명주 IBM BCS 부사장

△계명대 졸,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박사 △세계은행 국제금융과, 계명대 통상학부 교수, 금융개혁위원, 보스턴컨설팅그룹 금융고문 △현 IBM BCS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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