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인 아들에게 일기를 쓰라고 하면 녀석은 매일 같은 날이라서 쓸게 없다고 투덜거리며 일부러 새로운 일이나 놀이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아직은 어려서 확연히 다른 사건이나 일들만이 일기를 써야 된다고 생각하는가 보다며 어느 하루도 같은 날이 없는 우리들의 삶을 생각해본다.
회사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하루의 절반을 훌쩍 넘어서지만 어느 하루도 같은 날이 없는 변화와 사건이 많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제와 오늘은 급격하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창업초기와 현재를 맞추어 보면 참으로 많은 것이 변화했다.
대학의 창업보육센터에서 몇 안되는 반짝이는 눈빛의 직원들과 작은 사무실에서 출발했던 것이 7년이 지난 지금은 70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하는 보다 조직화된 회사가 된 것 같다.
그 당시엔 우리 회사의 창업과 함께 벤처열풍이 엄청나게 불던 시기였다.
어느 정도의 기술력만 있으면 아니, 그보단 벤처기업이란 인증만 있으면 비교적 쉽게 투자받기가 가능했던 그런 때였다.
초기에 이름뿐이었던 코스닥 시장이 정부에 의해 활성화 되었고 이를 통해 상장한 벤처기업들은 거래소 못지않은 자본을 유치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고위험, 고수익'이란 두가지 사실 중에서 '고수익'에만 관심을 가지고 '고위험'에 대해선 신중하지 않았다.
만약에 '고위험'에 보다 더 관심을 가졌다면 그렇게 벤처에 대한 투자나 실패가 광풍처럼 휘몰아치진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말 정부에선 다시 벤처에 대한 지원정책을 발표했다.
아직까진 기업들이 피부로 느낄 수는 없지만 코스닥 시장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젠 다시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한번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고 본다.
어디 기업을 하는 것이 벤처회사만이 모험일 수가 없다.
기업 그 자체가 수많은 모험을 안고 출발하는 이제 막 항구를 출발하는 배와 같은 존재라고 보면 모두가 같은 입장일 것이다.
&직원들이 보내는 이메일 중에 유독 받는 사람쪽에 항상 '선장'이라고 적어보내는 이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지금의 우리 회사야말로 마치 거친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배와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창업이후 옆에서 보는 이들이 안타깝게 여길 정도로 천천히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우리 회사는 과거엔 '고성장, 고수익'이란 모토에 상당한 부담을 가졌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흔히 요구하는 빠른 성장과 고수익이 도무지 달성되지 않는 사업이었다.
지금도 같은 상황이지만 다만, 뒤로 후퇴하지 않고 조금씩 앞으로 전진한다는 것과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과,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매우 가치 있으며 또한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는 것에 우리의 희망이 있다.
정부의 정책만으로 지금까지 위축되었던 벤처기업과 시장이 하루아침에 활성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대안 없는 비판보다는 다소 부족하더라도 꾸준히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반드시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번의 광풍이 불었을 때는 대부분의 혜택이나 기업의 중심이 서울을 비롯한 경인지역이었지만 그동안 묵묵히 오랜시간 동안 노력해온 지역의 기업들도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과 도약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도 벤처기업에겐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와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할 수 있는 창의성 있는 동료들이 남아 있기에 그들과 함께하는 항해는 위험하지만 의미 있고 희망찬 여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언젠가 항구에 닿았을 때 또다른 선장에게 항해를 넘겨주고 조용히 떠나가는 배를 지켜 볼 수 있는 그런 선장이 있는 벤처기업이 필요하다.강은희 (주)위니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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