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인쇄산업 재도약 '견인차'
지난 13일 오후 대구 성서공단 내 (주)한성인쇄(회장 최창근) 성서공장. 8천여 평에 이르는 대규모 공장 한쪽에서 새 설비 설치가 한창이었다.
'UV(Ultra Violation) 인쇄기'. 기계 1대 길이가 25m에다 도입가격이 40여억 원이나 된다.
"원래 돈을 찍어내는 기계예요. 지폐처럼 음영까지 찍어내는 정밀 인쇄도 가능합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색이 바래지 않는, 그야말로 최고급 인쇄시대가 열린다는 것이지요."
20여 년 전만해도 전국 인쇄산업의 중심지였던 대구. 이후 수도권의 공세에 밀려온 대구 인쇄산업이 최창근 회장 자신대로 다시 한번 도약을 꿈꾸는 현장이다.
◇국내 최대 기업이 대구에
한성인쇄 성서공장은 24시간 가동되고 있었다.
주문물량이 넘친다.
삼성전자, 목우촌, 현대모비스, 해찬들, 농협중앙회…. 이 회사 제품전시관 창을 들여다보니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는 국내 유명업체 제품 포장지와 카탈로그가 즐비했다.
"전시관에 들어있는 것들은 물론 우리가 만들어 납품한 것이죠. 삼성전자 애니콜의 사용자 설명서와 포장상자는 절반이 저희 제품입니다.
" 이 회사 최영철 상무는 현재 주문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고 했다.
1975년 대구 비산동에서 기계 1대를 갖고 창업한 한성인쇄는 최근 산업용 인쇄시장의 폭발적 증가로 지난해 연간 500억 원 매출 달성(계열사 포함)에 이어 올해 600억 원을 목표하고 있다.
최근들어 연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다.
세계기업 삼성전자가 거래업체로 선택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인쇄업계에서는 국내 최대 업체. 대구지역 매출이 회사 전체 매출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전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과감한 설비투자를 통한 '선명 인쇄'. 주문을 낸 사람이 원하는 '색깔'을 정확히 맞춰내면서 업계 수위의 위치에 올랐다.
이익은 고스란히 설비투자로 돌린다는 것이 원칙. 성서공장에만 설비투자로 수백억 원이 들어갔다.
손맹호 대구경북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상무는 "20년 전만 해도 대구·경북에 2천 개에 이르는 인쇄업체가 있었지만 지금은 수도권에 3천 개 이상 인쇄업체가 몰리면서 대구·경북의 위상이 쇠락, 현재 공식 조합원은 360명"이라며 "하지만 대구에 전국 인쇄업계의 선도업체가 있어 지역 인쇄업도 언제든지 재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라고 했다.
◇신기술로 세계로
한성인쇄는 UV인쇄기 도입을 계기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직수출에 나선다.
지금까지는 간접수출 형태로 해외로 나갔다.
이미 중국의 한 업체와 계약이 마무리단계에 들어갔으며 다음달 중 중국내 가전제품 포장 인쇄시장에 진출할 예정.
UV인쇄기 도입으로 내구성이 강한 인쇄기법을 실현한 것은 물론, 묻어나지 않고 냄새 없는 친환경 인쇄도 가능해졌다
"이제 디자인에 집중합니다.
주문자가 인쇄 디자인까지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 디자인실 인력만 20명에 육박하지요. 멋진 디자인으로 세계 시장에서 '대구 인쇄의 힘'을 보여주겠습니다.
" 이 회사 남동선 디자인실 부장은 자신있다고 했다.
한성인쇄는 인쇄는 물론, 코팅과 제본 등 인쇄와 관련된 '일관공정라인'을 확보해 제조비용을 크게 낮추고 있다.
대기업의 주문도 척척 받아내 적기에 납품할 수 있는 것.
"선진국일수록 인쇄문화가 발달돼 있습니다.
제품을 제대로 알리려면 겉포장부터 깔끔해야 하니까요. 제대로 된 인쇄술은 해당 지역 전체 산업의 기술수준을 알려주는 척도입니다.
" 이덕우 한성인쇄 부사장은 인쇄업은 충분히 대형화, 고부가가치화로 나갈 수 있는 선진국형 산업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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