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사망한 부인
고영희씨를 데리고 1996년 11월 최전방 판문점을 시찰했다는 북한군 출신 탈북자 증
언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위원장은 측근 실세들과 비밀 모임에 부인과 참석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
려지고 있지만 공개행사에 동부인한 모습은 북측 매체에 단 한차례도 공개된 적이
없다.
18일 판문점 북측 경비장교 출신인 A씨(33)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96년 11월 24
일 부인 고영희와 측근 군부인사들을 대동하고 판문점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 뿐 아니라 부인 고영희가 남북이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가장 근접한
곳을 다녀간 셈이다.
당시 김 위원장을 수행한 군부인사는 조명록 군 총정치국장, 현철해·박재경·
김명국 대장, 원응희 대장(2004년 사망) 등 5명으로 이들도 부인을 데리고 왔다.
벤츠 승용차에는 김 위원장 부부가, 군부 인사들과 부인 및 경호원들은 중형버
스 2대에 나눠타고 새벽에 평양을 출발, 오전 8시께 판문점에 도착했다.
그러나 판문각 뒷마당에 도열한 경비병들은 김 위원장의 방문 사실을 남측 경비
병들에게 노출하지 않으려고 소리를 지르지 않은 채 '만세' '만세'라고 입만 벙긋벙
긋 했다고 탈북자는 증언했다.
특히 김 위원장 일행이 판문점에 도착하기 전부터 시작된 안개는 30여 분간 머
물 때까지 걷히지 않았고, 이 장면은 김 위원장의 우상화작업에 두고두고 활용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이를 두고 "판문점을 순찰하는 동안에 끼어있던 짙은 안개가 조
금도 걷히지 않고 마치도 최고사령관 동지를 호위하는 호위병처럼 걸음 걸음을 차분
히 감싼 신기한 자연현상이 나타났다"고 묘사하고 있는 것.
고영희와 장성 부인들이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 근방에 몰려나가 잡담을 하는
틈을 타 '김일성 통일친필비'에 인사를 하고 판문각 2층으로 올라간 김 위원장은 5
분가량 남측지역을 조망했다.
그는 경비 책임자에게 "이수근(1967년 판문점 통해 위장귀순) 사건과 같은 불미
스런 일이 판문점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는 당부를 하고 30분 가량 머문
뒤 개성 인근에 있는 판문점대표부 경비병 숙소를 방문해 예술공연을 관람했다는 것
이다.
평양으로 돌아간 김 위원장은 경비병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육류 20t과 독일제
고급 승용차 1대, 경비병들의 근무교대용 지프 7대를 '통크게' 하사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72년 7월을 시작으로 96년까지 모두 네 차례 판문점을
다녀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1972년 7월 19일 호위장교 1명만을 대동하고 판문점을 전격 방문한
김 위원장을 '담력있는 지도자'로 선전하고 있으며, 당시 김 위원장의 시찰 모습을
담은 대형 유화 그림이 판문점대표부에 걸려있다고 탈북자는 전했다.
한편 평양방송은 2000년 4월 27일 보도를 통해 당시 김 위원장이 판문점을 시찰
한 것은 "민족통일 위업을 성사시키려는 신념과 의지를 보여주신 사변"이라고 주장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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