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노인 힘합쳐 '나눔가게' 창업

입력 2005-01-15 09:46:54

대구 남구 이천동 복개도로에 위치한 '행복한 나눔가게'다섯 노인의 희망이 영그는 곳이다.

새해 이남영(75) 할아버지, 마말자(66), 김옥선(64), 이후자(66), 이점향(67)할머니는 첫 월급을 탔다.

이점향 할머니는 평생 첫 직장이고, 처음 만져보는 월급봉투다.

"이젠 자녀들에게 손 안 벌릴거야", "관절염 치료부터 받아", "장롱 속 깊숙이 숨겨 둬".

가게 안 탁자 위에는 젊은이들은 모를 행복이 피어나고 있었다.

30여 평의 행복한 나눔가게는 다섯 노인이 의류 등 생활에 쓸 수 있는 재활용품을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아 직접 손질, 판매하는 나눔 공동체다.

이남영 할아버지와 김옥선 이후자 할머니가 기증받은 물품을 분류해 수선하면 마말자 이점향 할머니가 손님을 끌어들여 판매한다.

할아버지는 가전제품을 공구로 뚝딱거려 헌것을 금방 새것으로 바꿔 버린다.

이 할아버지는 할머니들에겐 청일점 오빠이자 척척박사로 통한다.

"청춘을 되찾았어. 매일 출근을 하니까 세상이 달라보여"(이남영), "수년간 시달려 온 우울증이 도망가 버렸어"(이점향), "경로당 안 가본 지 오래야. 집안에서 소일하는 친구들이 부러워 해 "(마말자), "지금까지 개근상이야. 매일 웃고 대화하니까 아픈 몸도 훨씬 좋아졌어"(김옥선).

노인들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노인들은 대구 남구노인인력지원기관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두 차례 가게를 열기 위한 나눔장터를 마련했다.

서울의 아름다운 가게를 찾아 정보도 수집했다.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드디어 지난해 10월 나눔가게를 열었다.

노인들의 새 삶은 외부에도 알려져 타 시도 '친구'들이 찾아 '독립'을 배우고 있다.

김옥선 이점향 할머니는 지난해 10월 대구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실버 일자리 박람회의 포스터 모델로 뽑혔다.

이들이 가게를 열기까지는 여느 노인과 다름없는 따분한 나날이었다.

"꿈도 희망도 없는 노년 그 자체였지."

이 할아버지는 60세에 중소기업에서 퇴직한 뒤 대부분의 세월을 '장기, 바둑, 화투, 막걸리'로 허비했다.

이후자 할머니는 남편과 사별한 뒤 5남매를 혼자 키웠다.

딸 넷을 모두 출가시키고, 막내 아들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해 3년 전부터 혼자 대구에서 지내고 있다.

장사, 파출부 등 억척 인생을 살며 자녀들에게 헌신했지만 남은 것은 노년의 외로움뿐이었다.

"남들 이야기로만 여겼던 노인문제가 바로 나에게 온 거야".

땀흘려 고생한 끝에 일터를 연 노인들은 새해 가게를 반석에 올릴 계획에 하루하루가 즐겁다.

"나눔가게에 기증 많이 해줘. 따뜻한 봄날엔 장터도 열고, 월급도 더욱 많이 받아 갈거야".

노인들은 새해 간절한 소망도 빌었다.

"자녀에게 인생을 헌신한 뒤 황혼을 그냥 보내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 모두 다시 뛰고 싶어해. 그들에게 기회를 많이 줘야 해."

기획탐사팀=이종규·이상준기자사진: 다섯 주인들의 얼굴에는 새로 맛보는 행복이 넘쳐 보인다. 왼쪽부터 이점향, 김옥선, 이남영, 이후자, 마말자씨.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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