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이곳-김천 감천제방 자재

입력 2005-01-15 08:44:11

하천 제방공사 수입자재 사용 적절성 논란

지난해 초 부산지방 국토관리청은 하천 제방공사에 투입되는 돌망태(개비온 매트리스) 제작에 필요한 철선을 수입자재인 합금 도금 철선으로 사용하도록 설계해 국내 원자재 생산업체들로부터 심한 반발을 샀다.

기존 사용하던 국산 아연도금 철선의 강도나 수명 등에서 별다른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다 가격도 배 정도 비싼 수입자재를 국가가 발주하는 공사에 굳이 쓴다는 게 말이 되냐는 원성을 산 것. 외화낭비는 물론 정부의 국내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겉돌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이 수입자재는 국내 원자재 생산업체들이 생산시설만 보강하면 생산이 가능하지만 국토관리청은 수입자재 설계반영에 따른 사전예고, 향후 방침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생산업체들은 지난해 자재를 100% 수입에 의존했다.

또 전망마저 불투명해 완제품 생산을 위한 라인 증설을 쉽사리 하지 못했다.

때문에 지난해 상반기 중 대구, 부산, 경남·북 지역의 하천 제방공사에는 수입자재로 만들어진 100억 원 정도 물량의 개비온 매트리스가 투입됐다.

이러던 중 이 같은 문제점을 다룬 매일신문 보도(2004년 7월5일자)와 한국철망공업협동조합과 부산지역 원자재 업체들의 탄원서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제출됐다.

당시 국토관리청은 "강도와 부식 측면에서 수입자재가 국산보다 더 강해 수입자재 사용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국내 원자재 생산업체들의 비판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본지에 밝혔다.

그러나 본지보도 이후 관련 업체들의 꾸준한 노력이 전개되면서 국토관리청은 지난 11월 수입자재를 국산자재로 전격교체하기 시작해 지난달 말까지 낙동강, 밀양강, 황강, 남강 등 20개 사업지구에 국산자재인 아연도금 철선으로 만든 개비온 매트리스를 시공토록 했다.

시공물량을 금액으로 따지면 2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즉 200억 원의 외화낭비를 하지 않게 된 셈.

한국철망공업협동조합 임병국 이사장은 "관련업체의 탄원을 수용해준 부산관리청에 감사한다"며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하는 마음가짐으로 하천제방 공사에 정성을 쏟겠다"고 말했다.

국산자재 사용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이 조합 김병찬 대구·경북 이사(21세기 철망대표)는 "영남권에 있는 70여 개 회원사들 모두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인정된 공법인 개비온 매트리스로 자연과 함께하는 낙동강을 만들어 나 가겠다"고 다짐했다.

부산의 돌망태 철선 제조업체인 한국선재(주) 관계자도 "수입자재 구하기 힘들어 그동안 손실도 많았고, 마음을 많이 조아렸는데 국산자재로 다시 교체돼 정말 기쁘다.

이제 일할 맛이 난다"고 밝게 말했다.

그러나 철망조합의 영남권 회원사들에겐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전국 5개의 국토관리청 가운데 유독 부산지방청만 관급자재가 아닌 사급자재를 사용하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재력이 뒷받침돼 저가로 입찰에 응할 수 있는 몇몇 대형업체만 납품혜택을 받아 소규모 업체들은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회원사들은 "자재를 관급으로 수주한다면 경영이 튼튼해져 대기업과의 유기적인 협조 체제로 국가 및 지역경제를 더 부흥시킬 수 있다"며 관급자재 사용을 강하게 바랐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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