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영 경찰청장후보자 청문회

입력 2005-01-14 12:37:52

"軍신검땐 색맹…경찰시험땐 정상"

14일 국회에서 열린 허준영(許准榮·52)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 청문회는 후보자가 색맹을 이유로 현역 복무 대상에서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시험에 합격하게 된 배경과 경북 청송·울진의 임야 3만5천 평 매입·매각 경위, 군복무 이탈 의혹 등을 집중 추궁했다.

▲색맹논란

허 후보자가 지난 73년 군 입영 신체검사에서 색맹과 고도근시 판정을 받아 보충역에 편입됐음에도 불구하고 11년 뒤 경찰간부로 채용되는 과정에서는 아무런 문제없이 신체검사를 통과한 점이 의혹을 샀다.

색맹과 고도근시는 경찰임용의 결격사유여서 병역 신체검사 또는 경찰 신체검사 둘 중의 하나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한나라당 이인기(李仁基) 의원은 "군 병적 기록부 상에는 색맹인데 경찰시험에는 색맹이 아닌 것으로 나오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수 도 있다"며 "이것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허 후보자가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다르게 대응하는 기회주의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찬숙(朴贊淑) 의원도 "후보자가 경찰에 임용될 당시는 색맹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시력이 0.3 이상이어야 하는데 색맹과 고도근시 판정을 받은 허 후보자가 어떻게 신체검사를 통과했는지 의혹"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어 허 후보자가 보충역으로 복무를 하면서 휴학을 하지 않고 고려대 행정학과 4학년 과정을 마친 과정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지난 1976년 입학해 1학기와 2학기에 각각 20학점을 신청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도 빠짐 없이 수강한 것으로 드러나 군 복무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허 후보자는 청문회에 앞서 "당시 보충역은 하루 24시간 근무하고 이틀 쉬는 체제인 데다 군 복무 중에는 반드시 휴학해야 된다는 근거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재산문제

경북 울진·청송 임야 3만5천 평의 매입·매각 경위 및 배우자 재산 문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허 후보자는 이 임야를 사들인 후 손해를 보고 매각한 이유에 대해 "지난 88년 살고 있던 서울 목동 1단지 아파트를 팔고 대림아파트 주택조합에 가입, 조합비를 납입한 후 생활에 필요한 경비를 제외한 여유자금(4천900만 원)을 고교동창에게 맡겨 관리했는데 당시 이 친구가 매입해 놓은 땅"이라며 "청송·울진에 있는 임야는 입지가 좋지 않아 그동안 매매가 잘 안되던 차에 매수인이 나타나 손해를 감수하고 매도했다"고 말했다.

배우자 소유의 수원상가 임대소득 및 세금 납부 현황에 대해서는 "상가 분양 직후인 97년 사업자 등록을 했고 월세는 60만~80만원을 받고 있다"며 "분양 받은 후 처음 2년은 상가 전체가 특정 세무사에게 단체로 맡겨 관리됐으며, 이후에는 처가 개별적으로 세무사를 선정해 위탁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책 현안

자치경찰제도와 관련, 허 후보자는 청문회에 앞서 배포한 서면답변을 통해 "제도 도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단일안 마련이 필요하며 범죄의 광역·동기화, 남북분단, 테러위협 등 우리의 치안현실을 고려해 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방안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또 "원칙적으로 주민생활과 밀접한 경찰사무는 자치경찰이 우선 수행하고 국가경찰이 보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치단체의 재정상태에 따른 경찰행정의 빈익빈 부익부 발생에 대한 대책으로 "지역별 치안 서비스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정착때까지 자치경찰 도입에 소요되는 비용을 일정부분 지원할 계획"이라며 "자치단체별 자치경찰 운영수준을 감안해 국가경찰력을 적절히 재조정, 치안행정의 균질성 확보에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민감한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안보현실과 시대변화 등을 고려해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 낼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향후 국회 결정에 따라 대응체제를 갖추고 법 집행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 "적법한 경제활동이라도 직무로 취득한 정보를 이용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는 투기성 거래는 금지해야 마땅하다"며 공직자의 부동산·주식투자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박상전기자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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