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구야구-(중)야구할 선수가 없다

입력 2005-01-14 09:44:25

"학부모가 봉인가"

대구 지역 초등학교의 야구부 인원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선수 수급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대구 지역 7개 초등학교 야구부 인원을 살펴보면 남도초(15명), 내당초(13명), 본리초(9명), 옥산초(9명), 칠성초(13명), 수창(11명), 율하초 (16명) 등으로 일부 학교의 경우 출전 선수 9명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특히 5, 6학년에 한해 해당 학교에서 1년 이상 선수 생활을 해야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 소년체전 평가전(3월)에는 현재 내당초와 율하초, 남도초를 제외하면 출전 가능한 선수가 학교마다 3, 4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선수들은 감독들이 발로 뛰어 타 학교에서 전학시킨 지 1년이 안 돼 출전 자격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대회를 앞두고 해당 학교 감독들은 일반 학생들을 급히 구해 유니폼을 입혀 출전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한 초교 감독은 "2, 3년 전부터 선수들의 수가 급감하고 있다"라며 "소년체전 평가전에 출전 자격을 갖춘 선수들로만은 팀을 구성하기가 매우 힘들다"라고 말했다.

야구인들은 이처럼 선수 수급이 어려운 이유로 야구가 타 종목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 라이온즈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경우 연간 운영비가 6천만 원 가량 필요하고 이 중 감독과 코치의 인건비로 4천5백만 원 가량 든다고 했다.

문제는 운영비의 대부분이 학부모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것. 단순히 계산해도 15명의 선수가 있는 학교를 가정할 경우 한달 운영비로 학부모가 1인당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33만 원 가량인 셈이다.

이와 함께 선수들의 식사비와 간식비 등을 포함해 학교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학부모 1인당 평균 월 50만 원 가량이 든다는 것이 삼성의 분석이다.

그밖에 공식 경기 때마다 감독에게 지급하는 경기 수당과 우승할 경우의 감독 보너스, 전국 대회에 출전할 때의 경비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욱 많은 돈이 든다고 한 학부모는 고백했다.

이 학부모는 "초교 야구 선수인 아들에게 지난해 700∼800만 원이 들었다"고 했다.

다른 초교 선수 학부모는 "지난해 아들 학교가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자연스레 경비도 늘어나 1천200만 원 가량 들었다"라며 "비용 때문에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주변에 여러 명 있다"라고 했다.

중학교 학부모들도 초교와 비슷한 액수를 부담한다.

이와 관련 야구인들은 "학부모들의 재정 부담을 줄이지 않고는 야구의 저변 확대는 요원하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은 코치를 줄이는 초교에 한 해 매달 70만 원의 인건비를 보조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현재로선 호응하는 초교가 많지 않은 형편이다.

실제 코치 인건비 120만 원 가량을 줄이면 삼성으로부터 70만 원 가량의 인건비를 보조받아 학부모들은 한 달에 200만 원 가까운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삼성측의 설명.

삼성 관계자는 "대구 야구를 살린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코치를 줄이는 등의 구조조정을 하면 구단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라며 학교측의 의식 전환을 촉구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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