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봉사 8개월만에 아쉬운 이별
13일 오후 2시쯤 서구제일종합복지관 지하 식당.
50여 명의 어르신들이 따뜻한 국에 밥을 말아 먹고 있었다.
매주 수요일 이곳에선 한국전력공사 서대구지점에서 나온 '희망나눔 봉사단' 12명이 점심을 제공하는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와이셔츠, 넥타이 위로 앞치마를 질끈 묶고는 어르신들 사이로 반찬과 밥을 들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나이 든 사원이 눈에 띄었다.
황순현(58) 서대구지점장. 그에게는 오늘이 무료급식을 위해 밥을 푸는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더욱 부산히 움직였다.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나 떠나게 됐습니다.
8개월간 급식을 하며 어르신들과 정도 많이 들었는데 아쉽지요. 그래도 수요일 무료 급식은 쭉 계속될 겁니다.
"
지난해 5월 복지관과 사회공헌 활동협약을 체결한 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요 급식을 해왔다.
석가탄신일, 추석, 심지어 한전 노조창립일까지 봉사에 매달렸다.
박종이(82·서구 비산1동) 할아버지는 "보통 무료급식소가 화·금요일에 했는데 저 양반이 와서는 수요일에도 공짜밥을 먹을 수 있었다"며 "떠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문공연(77·서구 원대3가) 할머니는 "밥만 주는 것이 아니라 노래자랑도 하고 손짓, 발짓도 시켜가며 건강까지 챙겨줘서 무척 고마웠다"고 했다.
어르신들은 황 지점장이 지나가면 어깨를 어루만지거나 손을 잡고는 연신 '잘가라',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황 지점장은 "수요 급식을 통해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을 만났고 뜻있는 일이라 게을리하지 않았다"며 "복지관도 무료 급식이 필요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모든 이웃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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