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도시락은 따뜻해야 한다

입력 2005-01-13 13:56:11

이 추운 겨울, 파동을 일으키고 있는 어린이 도시락은 이번 겨울방학에 전국적으로 처음 제공됐다. 방학으로 학교 급식이 끊겨 점심을 굶게 된 결식 학생들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1인당 2천500원 꼴로 책정, 기초자치단체를 통해 시행하고 있다. 금액이 충분하진 않지만 방학의 빈틈을 메우기 위한 나름대로의 대책으로 바람직한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부실'이다. 무슨 일이든 적당히 해치우고 이득만 취하려는 만연된 사회 병리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잖아도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찌들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서글프게 만들고 있는 '부실 도시락'은 서귀포의 한 시민단체가 인터넷에 올림으로써 알려졌다. 가정해서, 이런 방식으로 공개되지 않았다면 지금도 아이들은 싸늘한 도시락을 받아먹고 있을 것이다. 관련 공무원은 무엇을 했는가. 담당자가 식단을 보았을 것이고 너무 빈약하고 성의 없다면 누구보다도 먼저 이의를 제기하고 시정 방안을 강구했어야 했다.

이 문제는 서귀포'군산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무료 급식 대상 학생이 1만 명에 달하는 대구 지역은 도시락을 주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무료 급식권을 줘서 지정 식당에서 먹게 하는 곳도 있다. 어떤 곳은 쌀'반찬을 1주일치씩 지급하기도 한다. 어떤 방식이든 성의 없고 마음 편치 않다는 것이 공통적인 반응이라고 한다.

복지엔 온정이 흘러야 한다. 말단까지, 모세혈관까지 따뜻하게 가야 한다. 아무리 복지정책을 잘 만들어 돈을 쏟아 부은들 말단이 안 돌아가면 그만이다. 사회안전망이란 게 그렇다. 보건복지부는 무료 급식과 관련한 구체적인 규칙을 만들고 감독과 벌칙을 강화해서 아이들이 온정 담긴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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