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An/ 도(道)를 이루기 싫습니다/…/도(道)와 해탈의 깊음에 대해서/ 나는 외로워하고/ 고독해하고/ 아픔에 잠길 것 입니다."
승려 시인이자 수필가인 각원스님(52·칠곡군 가산면 학산리 각원사 주지)이 최근 63편의 시를 모은 시집 'An에게'를 펴냈다. '머물지못한 바람이었다' 와 '왜 사느냐고 묻거든'에 이어 세번째 시집. 얼핏 제목만으로 봐서는 연인을 향한 편지글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는 모든 시를 '사랑하는 An'이라고 시작하고 있다. 누군가를 향한 진한 '그리움'을 표출하고 있는 것.
그러나 그는 애타게 부르는 'An'은 "모든 불자를 애칭하는 단어일 뿐" 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그는 매월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는 각원사 월보에도 신도들을 향해 '사랑하는 An'이라고 시작한다. 각원 스님의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김재열(시인)의 서평이 제격이다. 그는 각원의 절친한 친구이면서 문학동료로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김 시인은 각원을 "산에 있되 결코 은둔하지 않는다. 속세를 떠났어도 굳이 고향을 피하지 않는다"라고 평가한다. 특히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바람과 맞부딪치며 바람을 배워 바람처럼 살아왔다"라고 말한다. 그의 두 번째 시집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에서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거침없이 비분강개 했다. 그는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거친 입담으로 풀어놓았다. 김 시인은 "그의 입담은 험하긴 했으나 순진했다. 그것은 엉뚱하게도 시에 가까웠고, 그래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각원스님은 가톨릭 수사 출신이다. 승려가 되기 훤씬 전에 '출가'를 한 것이다. 그의 고향(칠곡)이 가톨릭의 땅이고 그의 가족들이 가톨릭 교인으로 살아 그가 수사가 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것. 수사생활은 대부분 갱생원 등 가톨릭계 불우시설에서 헌신했다. 그러다 아르헨티나로 건너가 해방신학을 공부했다. 4년만에 돌아온 그는 돌연 승가대학에 들어가 승려가 된다. 굳이 이유를 설명하진 않는다. 다만 그는 가톨릭과 불교가 제도와 절차에서 차이가 있을 뿐, 근본 가르침은 거의 같다고 말할 뿐이다.
그는 통도사에서 고명한 큰스님의 적장자로 법통의 중심에 있었다. 한국 불교의 큰 맥을 이을 수도 있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는 미련없이 벗어 던졌다. 김선굉 시인은 각원을 "시인이기 전에 자유인이고, 종교인이기 이전에 지식인"이라고 했다.
그는 어느날 아무도 몰래 혼자 병원에 가서 "어려운 사람에게 주라"라며 신장을 기증했다. 신장을 물건주듯 떼주고 3등 병실에 누워 있어도 흡족해 했다. 업을 닦는다는 것. 승려가 된후에도 줄곳 컨테이너에서 생활해 왔다. 그래서 요즘도 '컨테이너 스님'이란 별칭을 얻고 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