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올인' 의지천명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올해 국정 방향을 밝히는 연두 기자회견은 서민들의 어려운 삶과 심각한 경제 불황을 감안한 듯 온통 '경제'로 쏠렸다. 2008년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2010년에는 여러 지표에서 선진경제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며 '선진경제' '선진한국'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수출과 내수, 첨단산업과 전통산업이 균형을 이루며 함께 성장하는 나라를 내세웠다. 외교와 남북관계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전혀 없어 새해는 '경제에 올인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으로 읽힌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서민생활 안정책을 비롯 △산업간, 기업간, 근로자간 양극화 극복 △기술혁신 △인재육성을 강조했다.
서민생활 안정과 관련, "3월말까지 신용불량자 해소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소형 임대주택에 대한 장기대출제도를 활성화하고, 중산층도 임대아파트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방안을 새롭게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서민 중산층의 대학생 자녀 학자금을 저리로 최장 20년까지 상환하는 장기대출제도를 올 2학기부터 시행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또 빈곤 소외계층이 곤경에 처했을 때 우선 보호조치를 하고 나중에 절차를 밟는 '선보호제도'와 40만개 일자리 창출을 서민복지 정책으로 내놓았다.
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양극화 문제 극복'을 꼽았다.
지난해 수출이 30%이상 증가하고 경제도 5% 가까이 성장했지만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도 양극화 탓이라는 것.
노 대통령은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동반성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중소기업을 경제정책의 중심에 두고 중소기업정책 자체를 혁신하겠다"고 했다. 최근 코스닥 시장이 과열양상을 띠고 있으나 "이미 발표된 벤처기업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력으로 삼겠다"고 '정책 불변'을 선언했다.
활력을 잃은 지방 경제에 대해서는 "지방 중소기업을 지역 특성에 맞게 육성하겠다"면서 "신발 섬유 식음료 등 지방의 전통산업을 고부가가치화 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 대책이 미흡하다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또 농어촌에 대한 대책으로 "농어민들의 연금과 건강보험료 경감, 교육여건 개선, 지역개발 촉진 등을 포함하는 '농어민의 삶의 질 향상 5개년 계획'을 수립중에 있다"면서 "곧 확정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대학 혁신도 특히 강조했다. 대학진학률이 81%로 세계 최고인데 기업은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호소하고 있는 현실인 만큼 현장 수요에 맞게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대학 스스로 강점 있는 분야를 중점 육성하며, 취약한 부문은 스스로 구조조정해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해결 방안으로 들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노력만으로 부족하다"면서 정규직, 특히 대기업 노동조합의 양보와 협력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경제도 선진경제를 얘기할 때가 됐으며, 선진경제로 가려면 개방과 혁신이 필수적"이라면서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지속 추진하고, 다자무역체제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갈 방침임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선진한국을 위해 "정치가 선진화되고 서민의식도 성숙해야 하지만 특히 부패청산은 반드시 넘어야 할 마지막 고개"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부패도 문화"라면서 "시민적 통제야말로 가장 강력한 부패 추방의 원동력이 된다"고 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당부하는 한편 최근 시민사회에서 제안한 '반부패 투명사회 협약'을 긍정평가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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