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재개 여부가 올해 축산분야 최대 통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 목축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국과 일본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지난 2003년(통관 기준) 당시 수입한 쇠고기 29만3천t 가운데 68%인 19만9천t을 미국에서 들여왔다.
그러나 한우뿐 아니라 양돈농가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앞두고서도 축산업계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맛과 육질 면에서 앞선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외국산과 당당히 겨루며 '축산부국(畜産富國)'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농가들은 밝은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시설첨단화가 승부수
통계청의 2003년 조사에 따르면 축산업은 각종 영농형태에서 젊은층이 가장 많은 분야다.
60세 미만 경영주의 비율이 74.5%에 이르러 벼 재배농가(37.3%)의 두 배나 된다.
또 연간 5천만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모든 농가 중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3.8%를 차지할 정도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비결은 체계적인 과학영농이 이미 자리를 잡았기 때문.
영천시 대창면 대창리 송원농장은 밖에서 보면 마치 일반 공장처럼 보인다.
산란계 7만 마리가 하루 평균 5만~6만 개의 계란을 생산하지만 닭 냄새조차 맡기 어렵다.
농장주 오정길(56)씨가 지난 97년 완공한 현대식 무창(無窓)계사와 자동화·전산화시설 덕분이다.
독일 쌀멧사의 첨단자동화 시설과 네덜란드 팬콤사에서 제작한 관리프로그램은 사료 급여에서 집란은 물론 온도·습도 등 계사 내 각종 환경제어와 관리를 컴퓨터가 한다.
포장인력을 제외하면 2명이 농장을 꾸려나갈 수 있다.
전국에서도 오씨처럼 전산화시설을 갖춘 양계농가는 5%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씨는 "92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양계박람회에 참가한 뒤 시설 자동·전산화가 살길이라고 판단했다"며 "비료공장에 특별히 주문한 사료만 먹이고 계분도 전부 비료화해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품질경영으로 앞서간다
경주시 강동면 호명리에서 젖소 90마리를 키우고 있는 이종화(48)씨. 그는 국내 각종 착유우 검증대회에서 숱한 수상경력이 있다.
저능력 젖소를 철저히 도태시키고 혈통 등록된 고능력 젖소만을 사육하는 등 20년간 젖소 개량에 매진해 온 성과다.
이씨 농장에 있는 어미젖소는 하루 평균 30~40kg의 우유를 생산한다.
보통 어미 젖소의 연간 산유량 7천㎏보다 3천kg 이상 많은 1만800㎏ 정도의 우유를 만들어내는 '슈퍼 젖소'들인 셈. 젖소를 사게 해 달라고 조르는 낙농가들의 성화도 끊이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낙농가가 꿈이었던 그는 지난해부터 자신이 애지중지 키워낸 우수한 젖소 송아지를 이웃에 무상으로 나눠줘 지역 낙농업계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송아지를 받은 낙농가들도 기증받은 소가 송아지를 낳으면 다른 낙농가에 릴레이식으로 무상 기증하게 된다.
낙농업 외길을 걷고 있는 이씨는 "유제품 수입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낙농가가 성공하기 위해선 젖소 품종 개량이 시급한 과제"라며 "어려웠던 시절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신 데 보답하는 뜻에서 개량젖소 보급에 나섰다"고 말했다.
■틈새시장을 찾아라
이석태(56)씨는 겉보기에는 돼지와 소를 키우는 그냥 평범한 농민이다.
그러나 포항시 남구 학전리에 있는 그의 송학농장에는 특별한 돼지들이 자라고 있다.
바로 멸종위기에까지 몰렸던 재래 토종돼지(KNP)들.
대학 축산과를 나온 뒤 27년간 축산업에만 전념해온 이씨는 지난 98년 영남대와 공동으로 유전자지문기술(DNA Fingerprinting) 및 증폭기술을 활용한 토종돼지 복원에 성공, 축산계의 화제가 됐다.
92년부터 제주도와 전남 남원, 경남 고성, 전북 진안 등 전국을 돌며 토종 돼지들을 사들여 연구에 나선 지 6년 만의 쾌거였다.
토종 돼지 고기는 육질이 쫄깃하고 육즙이 풍부해 맛이 담백하다.
또 콜레스테롤은 일반 돼지보다 적은 대신 불포화 지방산은 많다.
재래돼지의 유전적 표준을 정립한 그는 안정적 판로 확보를 위해 경주·포항에 재래 돼지 전문판매점 5곳을 세워 재래돼지 보급에 온 힘을 쏟아 2003년 철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씨는 "일제 강점기에 정책적 무관심 속에 우리 곁에서 사라졌던 재래종 돼지는 수입 돈육과 맞설 수 있는 우리의 자원"이라며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농가들의 노력과 함께 아무것이나 밥상에 올리지 않는 소비자들의 애정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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