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에 나오는 '불가사의(不可思議)'는 도무지 마음으론 헤아릴 수 없는 오묘한 이치를 말한다. 인도(印度)식으로 따지면 불가사의는 셈법의 용어-세상에서 두번째로 큰 숫자다. 가장 큰 수는 무량대수(無量大數). 그러나 지금 한국적인 불가사의는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 '피사의 사탑(斜塔)처럼 풀 수 없는 수수께끼도 아니다.
○…우리 사회엔 매일 매일 일어나는 '비상식적인'일들이 하나같이 불가사의다. 모순이다. 코믹하긴하나 '모순'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용 병원장이 이사장 비리를 고발했는데 돌아온건 자신의 의사면허 취소라면 그건 '모순'이다. 간호조무사가 마취하고 자신은 수술을 맡았던 의사의 '양심선언'의 대가가 면허취소라면 불가사의한 사회 아닌가. 강원도 인제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회 공헌도'를 이유로 만취운전 교수의 면허취소가 법에 의해 구제된 것도 수많은 약자의 눈으로 보면 모순이요 불가사의다. 지난여름 혈중 알코올농도 0.228% 상태에서 집까지 태워다 준 택시와 말다툼하다 그 택시를 100여m나 몰아댄 교수님에 대해 재판부는 이렇게 옹호했다. "면허취소로 얻는 공익이 그가 받게될 불이익보다 크다고 보지않는다"-도무지 뭔소린지 불가사의하다.
○…이 경우는 어떤가. 고통보다 병원비가 더 겁나 바느질실로 얼굴상처를 직접 꿰맨 50대 가장의 얘기는 선진한국의 모순인가 아닌가. "그때 육체의 고통으로 인한 공포보다 병원비에 대한 공포가 먼저 나를 사로잡았어요." 의사를 놀라자빠지게한 이 사건은 지난 11월 서울에서 있은 얘기다. 네살짜리 장애아가 굶어서 영양실조로 죽은 얘기는 언급이 더 필요치 않다.
○…오늘 신문들은 두가지 상반된 '밥 이야기'로 독자들을 아프게한다. 제주도 서귀포시가 결식아동에게 제공한 2천500원짜리 점심도시락이 완전히 6'25때 수준이어서 시민들이 난리가 났다는 얘기가 하나. 비만 장병들 때문에 칼로리는 줄이고 식재료는 고급화하는, 소위 '장병식단의 웰빙화'소식이 또하나였다. 위에서부터 내려오면서 다 잘라먹어 '춥고 배고팠던' 옛 군대시절 얘기는 전설이 됐는데 결식아동은 아직도 '현실'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결식아동 그 자체가 아니라 결식아동을 보는 눈길, 그 대책-"지금 우리가 본 게 북한도시락 인가요?" 흥분할 만큼의 그 불가사의한 '처방'에 있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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