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입력 2005-01-12 09: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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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동성애 때문이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자신의 영화 '알렉산더'가 미국 흥행에서 실패한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알렉산더 대왕이 동성애자라는 방송매체의 말 한마디가 관객에게 편견을 갖게 했다"며 "이 때문에 극장을 찾지 않았다"고 말했다.

1억5천만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한 야심작 '알렉산더'는 지난 11월 24일 미국에서 개봉해 한달이 넘도록 4천만달러 흥행수입을 넘지 못하며 허덕대고 있다.

어릴 적 읽어야 할 책 중에 '플루타르크 영웅전'이라고 있었다. 고대 영웅들의 원대한 야망과 이상을 배우자는 의도에서 나온 책이었고, 그 중 압권은 역시 알렉산더 대왕이었다.

그는 20세에 왕위를 계승해 8년간 2만2천 마일에 이르는 땅에 피를 뿌린 '정복자'. 저항하는 세력은 무자비하게 살육했으며, 항복하는 세력에게는 관용을 베풀며 세계시민주의라는 자신의 이상을 심으려고 했던 이상주의자다.

영화에선 콜린 파렐이 알렉산더 대왕역을 맡았고, '툼 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와 '배트맨 포에버'의 발 킬머가 그의 어머니 올림피아스 여왕과, 아버지 필립왕을 연기했다.

어머니의 극성스런 야망과 아버지의 억압 등으로 인해 알렉산더의 정신세계는 이미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 그가 왕이 아니었다면, 틀림없이 반사회적인 패륜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위대한 마케도니아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3개 대륙을 정복하고, 동서양의 융합을 꾀했다.

어린이를 위한 위인전은 그의 이상만 강조했다. 그래서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적잖게 놀라움을 준다.

영화에서 가장 강조되는 인물이 헤파이션이다. 그는 알렉산더를 도와 혁혁한 공을 세운 젊은 지휘관으로, 어린 시절의 친구다. 헤파이션이 죽자 알렉산더는 이렇게 말하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나는 내 모든 것을 잃었네. 그대는 우리의 순수한 넓적다리의 봉헌도 좋아하지 않았고, 나의 많은 입맞춤도 달갑게 여기지 않았네…'. 여기서 '넓적다리의 봉헌'은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

영화에서 둘의 노골적인 동성애 장면은 없다. 그러나 서로의 몸을 뚫어지게 보는 눈빛이 그 어떤 노출보다 더 진한 끈적거림을 전해준다. 아이새도를 짙게 칠한 헤파이션의 눈빛이 인상적이다. 알렉산더는 헤파이션의 죽음을 애통하며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렀다.

알렉산더에게 또 하나의 동성 연인이 있었다. 페르시아인 시동(侍童) 바고아스였다. 비아고스가 합창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알렉산더 곁으로 다가온다. 병사들이 박수를 치며 키스를 해 주라고 성원한다. 알렉산더는 그를 끌어안고, 진한 키스를 나눈다. 이 일화는 영화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헤파이션에 대한 알렉산더의 사랑을 집중시키기 위해서인지, 바고아스는 '시녀'의 위치를 벗어나지 않는다.

지금은 동성애가 금기시되지만, 그리스 시대에는 다반사였다고 한다. 도시국가에 몰려 살던 그리스인들은 도시가 커 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인구가 늘지 않고, 성욕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남성들이 동성애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알렉산더가 동성애자로 한정시킬 수는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양성애자가 맞다.

올리버 스톤은 "유럽은 미국인보다 편견이 적고 역사를 이해하는 시각이 나아 '알렉산더'가 미국보다는 좋은 흥행성적을 거둘 것"이라며 미국인의 역사인식을 비꼬았다.

'JFK' '도어스' 등 올리버 스톤이 근접 포착한 인물은 다분히 '올리버 스톤식'이다. 주관적이고 독자적인 해석으로 접근한 것이다.

'알렉산더'는 해석의 폭이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보는 것 같아 아쉽다.

영화 내내 흐름을 끊어 버리는 내레이션이 그 증거다. 그럼에도 화려한 스펙터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알렉산더의 내면적 갈등을 엿볼 수 있어 다행이다. 동성애적인 접근도 그 중 하나다.

(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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