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입력 2005-01-11 09:05:44

절집 안에서는 같다(同一)는 말보다

서로 다르지 않다(不二)는 말을 즐겨 쓴다

삶과 죽음이 서로 같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달리 둘이 아님을 갠지스에서 볼 수 있다

한 쪽에서 축복의 삶이 담기는가 하면

바로 옆에 가루된 주검들이 잠긴다

강 저쪽 모래 언덕에는 적도의 커다란 태양이

언제나 떠오르고 있다

그것은 경건한 不二였다

권기호 '不二' 에서

둘이 아니다(不二)는 같다는 말보다 훨씬 여유가 있고 넉넉해 보이는 말이다.

둘이 아니다는 말은 서로 닮은 구석이 있거나 혹은 함께 있음의 의미도 지닌다.

세계에서 가장 인상이 깊은 도시는 뭐니뭐니해도 바라나시 갠지스다.

갠지스에는 몸을 씻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 성스러운 물에 몸을 담그면 죄를 씻는다고 했다.

죽은자도 오고 산자도 몰려드는 곳이다.

어쩜 화장터가 있어 죽음의 냄새가 밤낮으로 진동하며, 도리어 그것으로 활기가 차는 곳이다.

不二는 갠지스의 특징을 아주 잘 드러낸 상징어라 하겠으며, 그곳은 경건한 不二였다.

박정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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