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해 좋아했는데…" 실신·오열

입력 2005-01-10 12:01:44

칠곡 장갑공장 화재 참사…장애인 4명 숨져

"동열아! 엄마가 왔는데 어데 있노?"

아들의 사고소식을 전해들은 숨진 이동열(26)씨의 어머니 김희남(54·강릉시 구정면)씨는 사고 당일인 8일 낮 12시30분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실신했다. 시커먼 연기가 피어 오르는 공장 앞에서 김씨는 "우리 아들이 저 안에 있어요?"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매달렸다.

"우리 아들은 천사였어요. 천사" "아이고 불쌍해라"며 뒹굴던 김씨는 함께 온 작은 아들 서열(24)씨의 만류에도 오열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정신지체 3급인 맏아들 동열씨를 2년 전 시온글러브에 취업시켰다. 몸이 온전치 못한 아들이 일자리를 얻어 그만큼 더 기뻤다고 했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인 사체 4구가 모두 나와 작업이 끝난 뒤에도 김씨는 계속 몸부림을 쳐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뒤 이어 숨진 이재훈(22)씨의 어머니 장덕자(47·포항시 두호동)씨가 사고현장에 달려왔다. 얼굴을 무릎에 묻고 하염없이 흐느끼던 장씨는 아들의 기구한 운명을 꺼냈다. 정신지체 2급인 아들 재훈이가 2002년 12월 회사에 취업하고는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했다고 했다.

장씨는 "성주의 회사에 취업 중인 동생에게는 아직 알리지도 못했어요. 형이 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충격을 받을 것 같아서…"라며 얼굴을 감쌌다. 숨진 재훈씨의 동생 역시 장애인이다. "체격도 작고 너무 성격이 순해 부모들이 죽더라도 자기들 혼자서 자립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홀로 설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는데…."

포항시 환경미화원의 아들인 재훈씨는 자신보다는 부모를 먼저 생각하는 효자였다는 것. 장씨는 "쉬는 날이면 자주 고향집에 다녀가곤 했는데, 지난 주에도 집에 와서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놀다 가며 유난히 기분 좋아했는데…"라며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사진:8일 오후 화재현장을 찾은 유가족들이 슬픔을 참지 못하고 오열하고 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