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한국어

입력 2005-01-10 12:30:34

모국어를 빼앗긴 피점령 국민의 슬픔을 소년의 눈으로 그려낸 알퐁스 도데의 단편 '마지막 수업'의 줄거리다. 우리에겐 동병상련의 여운을 갖게 하는 내용이다.

○…일본에서 '한국어'가 큰 인기라 한다. 9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전국의 5천450개 공사립 학교 중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247개교로 2003년보다 28개교나 늘었고, 학생 수는 6천960명으로 나타났다. 영어 이외 제2외국어 중 중국어 다음이다. 한국어 강좌가 개설된 4년제 대학도 1995년 143개교에서 2003년엔 335개교로 늘었다. 매달 한국어 교재가 10여만 부씩 팔리고, 학원의 한국어 수강자도 작년보다 최고 10배까지 증가했다 한다.

○…일본 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학 전형에서 중요시 되는 SAT 시험 중의 하나인 SATⅡ의 제2 외국어 시험에서도 한국어 채택자가 급증, 작년엔 사상 최대인 4천여명에 이르렀다. 한국어가 미국에서 제2 외국어 선택 과목으로 채택된 지 7년만의 일이다.

○…언어는 생물이다. 유네스코 '세계 사멸 위기 언어 지도 보고서'는 세계 각지에서 소수민족의 언어가 사멸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기구 월드워치연구소도 전세계 6천800여개 언어중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고, 언어학자들은 100년 이내에 3천400 내지 6천120개의 언어가 소멸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까다로운 경어와 수많은 형용사 등으로 한국어는 외국인들에겐 매우 어려운 언어로 알려져 있다. 이런 우리말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늘어난다는 소식은 우리를 뿌듯하게 한다. 높아가는 한국의 위상을 뜻하기 때문이다. 모국어로 자유롭게 말하고 글을 쓰고, 모국어로 꿈꾼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한국어 비상을 보면서 법정 스님의 글이 생각난다. "누가 뭐라 한대도 모국어에 대한 애착 때문에 나는 이 나라를 버릴 수 없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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